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고인 김종섭 Feb 06. 2023

복제하는 사람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 피카소


광고 회사를 창업하고 난 늘 크리에이티브와 싸웠다. 광고주는 항상 새로운 생각을 요구했다. 아이디어 발표일이 되면 나는 링 위의 권투 선수가 되었다. 어떤 날은 내가 광고주를 KO 시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내가 KO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지쳐갔고 타고난 크리에이티브함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다. 에디슨이나 잡스가 그런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천재적으로 창의적인 사람 말이다.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정말 저들은 타고난 천재일까 의심이 들었다. 정말 천재적으로 길을 가다가도 번쩍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사람이란 말인가 알아보고 싶었다. 


나의 믿음은 오산이었다. 그들이 만든 것은 사실 세상에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발명왕으로 알려진 에디슨은 그가 보유한 많은 수많은 특허가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에디슨의 업적 중 하나인 축음기의 발명은 샤를 크로스가 8개월 전 이미 발명한 것을 개선한 것이다. 백열전구 역시 필라멘트 전구로 개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온 것이다. 그럼 스티브 잡스는 어떨까? 애플의 매킨토시는 복사기 회사 제록스의 제품을 역설계해 만든 결과물이었다. 창의성의 천재라고 알려진 이들은 사실은 훔치고 모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고스란히 베끼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에 공감할 뿐이다. 


복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현승원 의장


우리나라에서 영어 강사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람이 누굴까? 바로 디쉐어의 현승원 의장이다. 3000억 자산가인 그는 따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어는 그에게 3000억 원이라는 돈을 안겨주었지만 사실 그의 영어 실력은 형편없었다.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영어 강사를 했으며 큰돈을 벌게 되었냐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남을 복제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를 너무 못했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을 무조건 따라 하자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전국의 영어 일타 강사들을 모조리 씹어먹을 만큼 복제해 버렸다. 심지어 어느 수업 중 어느 타이밍에 하는 농담까지도 고스란히 따라 했다. 마치 복사기처럼 말이다. 그러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타 강사를 복제하니 학생도 일타 강사처럼 많아진 것이다. 


“남을 복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히려 성공한 사람을 가장 완벽하게 따라 해보세요. 성공의 순간이 그만큼 빨라질 겁니다”


현승원 의장은 완벽한 승자의 언어를 구사했다. 남을 따라 하는 것이 자존감 낮은 행동이라고?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존감이 높기에 할 수 있는 용기이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을 당당하게 따라 하고 벤치마킹 한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오히려 누군가를 따라 하는 행위를 부끄럽게 여긴다. 어찌 보면 현승원 의장은 자신에게 달콤한 최면을 걸었던 것 같다. 일타 강사를 복제하면서 자신이 이미 일타 강사가 되었다는 최면 말이다. 그러니 그의 행동 주파수는 자연스럽게 일타 강사와 맞춰진 듯하다. 당연하게 일타 강사처럼 행동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결과도 일타 강사처럼 따라온 것이다. 만약 현의장이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을 주저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우리가 아는 현승원이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알게 되더라도 아마 2~30년 후쯤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영어를 익히고 자신만의 교습법을 찾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승자를 명확하게 복제했기 때문에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다시 나의 얘기로 돌아와 보자. 나는 늘 크리에이티브에 강박관념이 있었다. 광고주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광고가 늘 크리에이티브할 필요가 있을까? 창의성이 반드시 정답일까라는 생각 말이다. 세상에 이미 있는 얘기를 한들 어떠한가? 이미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데 말이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그 브랜드에 맞추어 가공하는 것에 더 이상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그 브랜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도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지키면서 말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창작의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따라 하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다. 어떻게 복제해야 내게 맞는 옷인지 더욱 명확하게 알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이니까 성공했지


자신의 한계를 규정해 버리는 패자의 언어이다. ‘너니까 성공했지', ‘그 사람이 성공한 방식은 그 사람한테 맞았기 때문이야’, ‘그 사람은 될 사람이니까 된 거야'와 같은 언어이다. 사람의 본질은 같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8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심지어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선물 받는다. 하지만 패자는 승자와 패자를 철저하게 구분한다. ‘저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된 거지 난 아니잖아?’라며 한계를 규정한다. 놀라운 것은 정말 생각한 대로 된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니까 성공했지’라는 말에는 자신은 안된다는 말이 담겨 있다. 

그런 말을 뱉으면 스스로를 패자로 만든다.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 인플루언서, 운동선수는 애초부터 우리와는 다른 사람으로 치부해 버린다. 그들이 뒤에서 흘린 땀과 수없이 실패한 그림자는 보지 않은 채. 


어느 날 삼성라이온즈에서 중견수로 은퇴한 한 선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는 내심 그가 은퇴 후 인생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당당했다. 그의 언어는 이러했다. ‘뭐든지 야구만큼만 열심히 하면 다 성공합니다’. 선수 시절 워낙 혹독하게 연습한 터라 어떤 일도 그만큼 철저히 준비하면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에 크게 감동했다. 보통 운동선수로 은퇴하면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언어를 들으며 역시 한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의 마인드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언어로서 규정짓지 말자. 


‘저 사람이니까 성공했지'라는 말은 넣어두고 대신 '저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했을까?'를 고민해 보자. 그리고 그 방법을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부를 대물림된다고. 왜 그런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부자의 자녀는 부모를 따라 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성실하게 일터에 나가는 모습, 아빠가 돈을 버는 방식을 보며 그것을 배운 게 된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때 아빠의 방식을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 


가난의 대물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님이 노동 수입가라면 자식도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한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월급을 받는 노동으로 부자가 되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그것도 운이 좋은 경우이고 대개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허무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다.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인가? 분명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은 아닐 것이다. 그 사람이 스티브 잡스일 수도 마크 주커버그일 수도 일런 머스크일 수도 있다. 


자, 지금부터 그 사람을 완벽하게 복제해 보아라. 그 사람의 하루를 파악해 똑같이 따라 해보아라. 실제로 마음까지도 이미 난 그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행동하라. 그럼 정말 당신은 그 사람처럼 성공해 있을 것이다. 승자를 따라 함으로써 승자들과 주파수를 맞추어라. 주파수가 하루하루 맞아 들어간다면 당신은 아주 멋진 컨텐츠를 가진 멋진 방송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봐 해보긴 해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