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고인 김종섭 Feb 05. 2023

이봐 해보긴 해봤어?

승자의 언어는 행동한다.


슛이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알기 위해서는 슛을 던져봐야 안다.


“John, 빅아이디어의 가치는 사실 1달러 밖에 되지 않아. 그렇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1억 달러의 가치가 있지” 


John은 나의 미국 유학 시절의 이름이다. 그리고 위의 말은 내가 다니던 광고 스쿨의 선생님께서 나의 뼈를 친 문장이었다. 누구나 가슴속에 멋진 아이디어 하나쯤은 있다. 나는 팬티 겉면에 콘돔 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생각으로 그쳤다. 후에 어떤 속옷 브랜드에서 콘돔 팬티를 개발해 대박을 쳤다. 이런 아이디어가 노트에 가득 저장되어 있었지만 아이디어는 그저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 순간 나의 광고 선생님의 말씀은 팩트 폭행에 가까웠다. 


우리는 지나치게 생각이 많다. 문제는 생각이 많은 것이 아니라 생각만 많다는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할수록 우리는 완벽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이런 문제점이 있을 거야’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이것 때문에 안될 거야' 이렇게 하나의 도전에 수백 개의 장애물을 만들어 낸다. 미래에 있을 걱정거리를 미리 당겨서 가져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우리가 하는 걱정의 85%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한다. 새로운 기기를 잘 못 만지면 고장 날 수도 있다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생각해 보라. 어떤 버튼을 눌러서 그 기기가 고장 난 다면 그런 제품은 시장에 팔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한다는 증거는 이렇게 널려있다. 


승자의 언어: 이봐 해보긴 해봤어?


정주영은 신화적인 인물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정주영만큼 자수성가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우리나라 조선소와 자동차 산업을 일구어낸 장본인이다. 배와 자동차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대가 이룬 발전을 보면 정말 눈이 부시다. 그만큼 그의 언어가 궁금했다. 정주영과 같은 거인은 어떤 언어를 구사할까?


‘이봐 해보긴 해봤어?’


이것이 그를 있게 한 언어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정주영이 제대로 받아본 월급이란 서울에서 일한 쌀가게 집이 처음이었다. 얼마나 정주영이 성실하게 일하던지 쌀가게 사장은 자신의 아들 대신 정주영에게 가게를 물려주기로 한다. 심지어 단골손님들까지 그대로 정주영에게 넘겼다. 그가 행동했기 때문에 얻게 된 성과였다. 행동한 사람만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첫 번째는 사람의 마음이고 두 번째는 일의 과정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승자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들이다. 세상에 태어나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어떻게 승자가 될까? 일의 과정을 잘 모르고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정주영은 소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몸으로 부딪혀 그것들을 섭렵해 갔다. 미국에서 마케팅 박사를 받은 교수보다 대학교 앞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가 마케팅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도 있듯이 말이다. 박사는 책을 만나지만 김밥 할머니는 실제로 사람을 만나는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정주영이 그랬다. 현장에서 뛰어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성장했다. 그러니 그가 사장이 되었을 때 직원들의 생각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이 있었던 것이다. 


리더의 입장이 되어보면 보면 안다. 리더는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 하는 것에는 불가능이 없고 우리에게 닥친 모든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직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 괜히 기대하게 만들기보다 처음부터 일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주는 것이 낫겠다 싶다. 지시받은 일은 하나이지만 안 되는 이유는 10가지 정도 생각해 낸다. 


리더는 안다. 그것은 예상일 뿐이라고. 이미 그 일은 안될 거라고 쉬운 가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리더는 일단 해보라고 한다. 이 일은 내가 책임질 테니 도전해 보라고 한다. 정말 안될 것 같은 일도 리더의 말을 따라 해 보면 어느덧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까지 배트를 휘두르지 않고 홈런을 치는 타자를 본 적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홀수나 짝수를 얻게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쳐봐야 알고 던져봐야 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두려워하고 포기하고 만다. 인간이란 동물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지금 당장 해보라. 그 도전 때문에 그 누구도 당신을 죽이려 들지 않는다. 


패자의 언어: 안 봐도 뻔하지요.


패자는 미리 예상한다.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 이 일은 안될 거야. 보나 마나 이 일은 안 돼라고 생각한다. 콘돔 팬티를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만 두고 실행하지 않은 학생 시절 나처럼 말이다. 나는 패자의 습관을 가진 리더도 많이 봐왔다. 예를 들어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한 직원이 있을 때 저 직원에게는 일을 시켜봤자 뻔하다고 미리 단정 짓는 리더들 말이다. (창업 초반, 나 역시도 그런 리더 중 하나였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업무 지시를 피하다 보면 결국 일 잘하는 사람에게만 일이 몰리고 그것은 곧 퇴사로 이어진다. 업무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업무를 배우면서라도 할 수 있게 팀원들을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업무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하나의 일을 성취했을 때 묘하게도 다음부터는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패배를 인정한다. 영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코끼리를 두고 중국, 미국, 한국 사람이 모이면 각자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중국인은 저 코끼리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생각하고 미국인은 저 코끼리를 가지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한국인은 저 코끼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에피스드이다. 우리가 영업을 하거나 스스로를 어필할 때 이런 코끼리 앞 한국인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이 말을 꺼내면, 내가 이렇게 영업하면, 내가 이렇게 홍보하면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고 생각하며 ‘에이, 저 사람은 안 한다고 할 거야. 작전상 후퇴하자…’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만다. 


계약은 언제 누구와 이루어질지 모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계약이 터지기도 하고 심지어 소개를 통해 더 많은 활로를 개척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해봐야 아는 것이다.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은 말했다. ‘포기하는 순간 경기는 끝입니다’. 나는 조금 다르게 말하고 싶다. ‘예상하는 순간, 행동하지 않게 됩니다’. 신이 당신에게 어떤 선물을 내릴지 모른다. 늘 신은 감추어두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어떤 것이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부디 해보라. 해보면 알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승자의 언어 VS 패자의 언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