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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3. 2019

[포토 에세이] Memory

남산체육관


사진 백상현     





가장 오래 남을 것 같지만, 가장 쉽게 사라지는 것이 건축 공간입니다. 지어지기까지 상당량의 시간과 물량이 투자되지만 그 필요에 따라 쉽게 간판을 달리하기도 하고, 쓰임을 다해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기도 합니다. 애정했던 공간을 잠시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다시 찾았을 때 그곳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무력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나는 잠시 그 공간에 머문 시간을 샀을 뿐, 그 장소는 제 것이 아니니 내가 기억하던 공간이 사라지고 다른 건물로 대체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공간에는 그곳을 스쳐간 사람들의 기억이 머뭅니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공간을 기록한 백상현 작가의 사진 작품 <남산체육관>을 지면에서 전시합니다.      











전시명

남산체육관


용산구 소월로에 위치한 남산체육관이 45년의 세월을 뒤로한 채 2019년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때는 상류계층의 휴식처로, 1970년부터는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한 서울의 옛 기억을 담고 있는 곳이다. 폐관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마지막 순간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 작가는 빛바랜 체육관과 한 시대를 살아온 종로의 옛 건물에서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백상현 

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패션 사진과 영상을 공부했다. 에스티로더, 아모레퍼시픽, 갤러리아백화점, 메가박스, 나이키, 필라, 네스트호텔 등 여러 분야의 브랜드와 함께 사진 및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주친 소소한 순간을 사랑하며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려 애쓴다.  


        



빅이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잡지 공간’이라는 펼쳐진 지면 속에서 전시하고자 합니다. 이미 전시를 진행한 작품이거나, 혹은 미처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한 작품도 괜찮습니다. 빅이슈 메일(editor@bigissue.kr)로 지면 전시 의사와 함께 대표 작품과 작가 소개를 보내주세요.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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