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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3. 2019

[컬처] 빅이슈가 꼽아본 영화 세 편

날씨의 아이, 프렌드 존,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글 김송희




날씨의 아이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다이고 코타로, 모리 나나, 오구리 슌, 혼다 츠바사 

배급·수입 ㈜미디어캐슬 

개봉 10월30일 

등급 15세 관람가     


답답한 시골을 떠나 도쿄로 가출을 감행한 호다카(다이고 코타로)는 폭우 때문에 배에서 미끄러지고 그런 호다카를 스가(오구리 슌)가 구해준다. 비 내리는 도쿄에 도착한 호다카는 미성년자에 신분증도 없어 아르바이트를 찾지 못해 끼니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히나(모리 나나)는 그에게 햄버거를 베푼다. 호다카는 “태어나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 소녀로 히나를 기억한다. 한편, 괴상한 사건을 취재하는 스가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된 호다카는 길에서 히나를 구해주게 되고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사실 도쿄는 언제부턴가 호우가 지속되는데, 히나는 비를 잠시 멈추게 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히나의 능력을 알아본 호다카는 “맑음 소녀”라는 명칭으로 의뢰를 받아 중요한 날에 맑은 날씨를 빌어주는 일을 권한다. 

<너의 이름은.>이 도쿄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 사는 소녀가 몸이 바뀌고, 혜성 충돌이라는 불가피한 재앙 속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판타지라면 <날씨의 아이>는 ‘재앙 속에서 다수가 아닌 사랑하는 한 사람의 희생을 선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묻는 로맨스 판타지다. 여자아이가 신과 인간 사이에서 무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과 소년과 소녀가 서로를 돕는 관계 속에서 점차 가까워진다는 점,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하는 주제가를 래드윔프스가 불렀다는 점 등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과 닮아 있다. 히트작이었던 <너의 이름은.>과의 비교가 불가피함에도 <날씨의 아이>는 좀 더 순정만화에 가까운 기법으로 마음을 간지럽힌다. 운명을 짊어진 소녀보다 그녀를 구하고 싶어 하는 소년의 시선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며, 시종일관 비가 내리는 차가운 도쿄에서 순수함을 간직한 10대 연인의 사랑은 래드윔프스의 가사처럼 ‘너를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신기해, 날씨 하나에 사람들의 감정이 이렇게나 움직이다니.” 호다카의 대사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물에 잠긴 도시도 행복할 거라고 말하는 감성 충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타무라 아츠시가 작화를, <언어의 정원>의 타키구치 히로시가 미술감독을 맡아 물기와 빛이 스며드는 도시의 풍경을 완성했다.     




프렌드 존

감독 차야놉 분프라콥 

출연 나팟 시앙솜분, 핌차녹 류위셋파이분 

배급 ㈜디스테이션

수입 ㈜루믹스미디어, ㈜엔케이컨텐츠 

개봉 10월 30일 등급 12세 관람가     


교복을 입은 소년, 소녀가 차로 몰래 누군가의 뒤를 쫓고 있다. 소녀 깅(핌차녹 류위셋파이분)은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잡기 위해 남자 사람 친구 팜(나팟 시앙솜분)을 강제 동원하고 비행기까지 타고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아버지를 미행한다. 아빠가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을 확신한 깅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눈물을 흘리고 그런 깅을 오랜 친구 팜이 위로한다. “우리는 무슨 사이야?”라고 묻는 깅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 사이지.”라고 답한 팜. 그리고 그때의 대답 때문에 팜은 10년을 깅의 ‘프렌드 존’에 머무르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며 깅의 옆을 맴돌지만 팜은 깅에게 그저 ‘힘들 때 부르면 언제나 달려와 주는 손쉬운 친구’일 뿐이다. 매번 나쁜 남자를 만나고 실연하고 상대를 의심하는 깅의 옆에서 눈물을 닦아주고 함께 여행을 가주고, 위험에서 그녀를 구해주는 팜. 두 사람은 ‘프렌드 존’을 벗어나서 연인이 될 수 있을까.

<프렌드 존>은 한국 극장에서 자주 만나기 어려운 태국의 로맨스 영화다. 2011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성공 이후로 <나의 소녀시대>(2015), <장난스런 키스>(2018)에 이르기까지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대만의 로맨스 영화의 뒤를 잇는 영화처럼도 보인다. 일단 남녀 주인공에게 ‘연애’ 이외의 생활에 있어서의 모든 고민이 사라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가벼운 로맨스 코미디이고 10대 시절부터 시작된 관계라는 점에서는 대만의 ‘로코’들과 비슷해 보인다. 다만 <프렌드 존>은 사건과 무관한 여행과 비행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한다. 타이항공의 협찬이 의심되는 잦은 공항신과 이유 없이 치앙마이, 캄보디아, 홍콩,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5개국 7개 도시를 여러 번 오가는데 굳이 그 공간이어야 할 이유가 없는 곳을 활보하며 해당 지역의 관광 스팟을 지나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여행사의 홍보물을 보는 듯하다. 다소 헐거운 이야기를 로맨스로 시침질하는 것은 깅과 팜을 연기하는 두 청춘스타 나팟 시앙솜분, 핌차녹 류위셋파이분의 매력이다. 80년대 홍콩의 청춘스타들을 연상시키는 활기와 매력으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감독 팀 밀러 

출연 맥켄지 데이비스, 린다 해밀턴, 나탈리아 레이즈, 아놀드 슈왈제네거 

배급·수입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주) 

개봉 10월 30일 

등급 15세 관람가     


미래에서 온 그레이스(맥켄지 데이비스)는 가공할 만한 힘을 가졌지만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인간이다. 터미네이터에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강화시킨 개조된 인간인 셈인데, 그녀가 과거로 돌아온 것은 대니(나탈리아 레이즈)를 지키기 위해서다. 기계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에서 온 그레이스는 인류의 희망인 대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레브나인과 싸우고, 불사신 레브나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대니와 함께 무작정 뛰고 또 뛴다. 그런 그들을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이 돕는다.  27년 전 인류를 구했으나 아들은 구하지 못한 트라우마로 평생을 괴롭게 산 사라는 등장 하자마자 그레이스에게 “I’ll be back.”이라고 말한다. 명실공히 <터미네이터>(1984)와 <터미네이터 2>(1991)의 패러디이며 제임스 카메론이 인정한 속편다운 컴백이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여섯 번째 영화지만 이야기는 5편 격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가 아닌 2편인 <터미네이터 2>로부터 이어진다. 60대인 린다 해밀턴이 사라 코너를 다시 연기하면서, 적들을 향해 기관총을 사정없이 남발하는 장면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 사라 코너의 선택으로 인해 분명 인류의 미래는 부활했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이번에는 맥켄지 데이비스가 연기하는 그레이스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시 과거로 돌아왔다는 설정이다. 물론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아놀드 슈왈제네거 역시 노쇠했지만 여전한 근육질의 거대한 몸으로 영화를 지탱하고 있다. <다크 페이트>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맥켄지 데이비스의 시원시원한 액션과 린다 해밀턴의 존재감이다. 두 여성이 또 다른 여성 대니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최강의 터미네이터와 싸우고, 그들이 인류, 그중에서도 여성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이 시대에 너무도 시기적절하다. <데드풀>(2016)의 팀 밀러가 연출을 맡았으며 <터미네이터>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에 참여했다. 


위 글은 빅이슈 11월호 2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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