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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18. 2019

[스페셜] 3. 세상이, 여성이 호명한 책

<82년생 김지영> 박혜진, 서효인 편집자

2016년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나오고,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개봉하기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끼친 영향력은 지난 3년간 다 함께 지켜본 바와 같다. 성차별, 돌봄노동, 불법촬영 등이 뉴스로 가시화될 때마다 꾸준히 <82년생 김지영>의 이름이 소환되었으며 ‘○○생 ○○○’은 각종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간 어느 소설도 가지 못했던 영역까지 가닿았다. 그것은 <82년생 김지영>이 그간의 소설들과는 다른 실증적이고 데이터에 기반 한 텍스트이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조남주 작가가 써내려간 소설이지만 거기에 82년생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이 소설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보고 발굴한 뒤 함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두 편집자의 역할이기도 했다. 소설이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길을 함께 닦아온 박혜진, 서효인 편집자를 만났다.


글 김송희 사진 황준선





<82년생 김지영> 영화를 본 후의 감상이 궁금하다.

박혜진 저는 두 번 봤는데, 보기 전에는 이미 책으로 다 아는 내용이니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막상 본 후에는 아주 많이 놀랐다.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유모차를 밀고 가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더라. 텍스트로 전달되지 않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더라. 일상에서 유모차를 미는 여성의 숱한 이미지들을 봤지만 영화를 본 후에는 그 이미지가 달리 보일 것 같았다. 영화가 주는 이미지의 충격이 텍스트를 압도하는 부분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를 좀 더 해석했다든지 조남주 작가의 실제 이야기들을 극 중 김지영 이야기와 결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부분을 보면서 소설에 독자의 반응까지도 해석을 더했구나 싶었다.


제작이 정해지고 개봉 전부터 이렇게 논란이 끊이지 않는 영화가 이전에 있었나 싶더라. 시사도 하지 않았는데

포털에 별점 테러가 가해진다거나, 영화관에 포스터가 구겨진 채 걸려 있다거나 하는 등. 단순한 관객의 입장

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를 둘러싼 이런 반응들에도 신경이 쓰였을 것 같다.

서효인 저는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텍스트가 어떤 식으로 소비가 되든 다 불안했다. 조그만 기사 하나, 혹은 SNS에 해시태그로 ‘#82년생김지영’이 언급되는 것마저도 다 불안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소설책으로 받아들여지고 긍정적인 논의가 촉발되어서 좋았지만 메가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는 워낙 보고 싶지 않은 반응까지 있어서 내부자로서 스트레스도 있었다. 작가님이 받은 물리적인 고통이나 담당 편집자로서 받은 스트레스도 있어서 대범하게 ‘아, 다 괜찮았다’ 말하기엔 어렵다.(웃음) 영화 개봉 전에 있었던 사건들도 대부분 신경이 쓰였다. 그런 잡음들이 걱정이 되었는데 이 책과 영화가 문학성과 작품성, 그리고 대중들과의 접점으로 그 시끄러운 논란들을 돌파해나가는 모습이 뿌듯했다. 

박혜진 책이 나온 후에 계속해서 이슈의 정점에 있었던 책인데 그게 이 책의 힘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지금 130만 부를 돌파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 작품을 둘러싸고 안티한 의견들과 지지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계속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논쟁을 통해 자기 의견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해서 영화 역시 그 논란을 잘 이겨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고 3년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그 이슈들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그 과정을 봐왔으니까. 그리고 영화를 만드시는 분들이 이 콘텐츠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고민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다.


투고작이 편집자들의 눈에 의해 선택되고장편으로 발간되고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 과정이 모든 순간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한지금 돌이켜보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어떠했나.

박혜진 돌아볼수록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게 사건이 축적돼왔단 생각이 든다. 민음사에서 오늘의 중장편을 기획할 때 장편소설을 발굴하자라고 했다. 조남주 작가님이 계약이 안 된 채로원고를 어디에 보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한국이 싫어서>와 같은 소설을 낸 오늘의 중장편 시리즈에 투고를 한 거다. 당시에 우리 팀은 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역할을 문학 안에서 하자는 이야기를 해왔었다. 조남주 작가의 원고를 봤을 때 그 논의들과 맞는 원고라는 생각을 했고 출간 결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에 사회에서 반향이 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생각해보면 오래 쌓여왔던 생각들이 이 책을 나오게 한 게 아닌가 싶다.


<82년생 김지영>이 중요했던 것은 나만 그랬던 게 아니구나.’ 개인의 일을 여성 보편의 문제로 인지시킨 부

분 같다그리고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각성시킨 책이기도 하다그 목소

리가 영화에서도 이어지더라.

서효인 책은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어떤 특수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 아니라 비어 있는 인물에 누구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그 비어 있는 인물의 자리에 독자들이 자신을 세워볼 수 있었던 거다. 표지에도 그래서 인물의 얼굴이 비어 있다. 비어 있는 인물의 얼굴을 통해서 모두의 얼굴이 되게 한 게 작가의 작법의 승리였다.

박혜진 여러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쓴 게 조남주 작가가 선택한 작법이었고그게용기있는선택이었다고생각한 다. 보통 소설은 개인의 발견이기에 작가들은 한 개인의 독특한 내면, 개성을 쓰려 노력한다. 보편적인 것을 거둬내고 이 사람만의 것을 발견하기 위해 쓰는데, 조남주 작가는 이 책에서 그런 것을 걷어내고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공통의 경험을 추출해서 썼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자신의 특수성 때문에 받는 차별 경험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에 겪을 것만 발췌해서 편집한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했다는 것이 기존 소설적 문법과 다르다. 그래서 소설로서 비판도 받을 수 있고, 출간을 확신할 수 없는 구성인데도 용기 있게 그 방식으로 쓴 것이다. 출판사에서 문학상을 받은 작가임에도 출간을 확신할 수 없는 구성 방식의 소설을 썼고 그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한 것 같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도 읽히고 그들이 이 책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어떤 지점에 도달한 것이다.





일본대만중국에서도 화제다아시아 여성들에게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각별한 것 같다.

박혜진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중국 내의 반응은 예상외로 커서 저 역시 놀랐다. 중국은 맞벌이 여성이 많고 한자녀 정책을 오래 해와서 차별을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재된 차별이 유교 문화권 안에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지나쳐왔던 어떤 차별을 한국 사람들이 소설을 통해 알아챈 것처럼 중국의 여성들 역시 그런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서효인 텍스트만 놓고 봤을 때 조남주 작가의 문장은 단정하고 정확하다. 정확히 길 때 길고 짧을 때 짧은 호흡이 있다. 그게 번역에 있어서도 더 잘 읽히게 만든 부분이다.


이 책의 내용은 픽션이기도 하지만현실 반영적이기도 하고 모든 것들이 데이터에 의해 잘 조합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각각의 사례가 잘 조합된 하나의 사회보고서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그 역시 작가의 구상이었던 셈이다.

박혜진 이런 흐름이 우연한 건 아닌 것 같다. 사회 흐름을 소설이 잘 읽어낸 것 같다. 동시대의 감각으로 쓰인 참여소설 같다. 우리가 소설을 본 후 조남주 작가를 직접 만났을 때 ‘이건 출간을 해야만 하는 작품이구나.’ 확신이 들었던 게 작가님이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에피소드를 취재한 방식 때문이었다.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만든 이야기였고, 그 때문에 여성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이 함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물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작가의 취재력을 통해 나온 것이다.

서효인 소설 안에서 사건이란 특별한 불행이어야 하는데 ‘김지영’의 사건들은 그렇지 않다. 보통 소설 안에서 일상이 깨질 때 불행이 시작되고 사건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 소설은 일상이 쭉 이어지는데도 인물이 불행한 거다. 그동안 소설 안에서 일상이란 행복의 동의어와 같았는데 이 소설은 반복적인 일상 안에 불행이 있는 거다. 그래서 어떤 남성들은 거기에 적응을 못했을 거다.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남성에 대해 이해해보려고 했는데, 어쩌면 여성에게 고통을 주는 게 평범한 남성이라니 ‘이럴 리가 없어.’ 하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여성의 일상이 여성에게 고통일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거다.


영화 속 대현도 지극히 평범한 남성인데 그런 무신경함으로 지영에게 상처를 준다.

서효인 영화에서 대현이 폭로하는 것은 한국의 보통 남자들이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걸 남성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모르겠다. 그걸 어떤 남성은 알아채고 어떤 사람은 모르고 넘어갈 거다. 예를 들어 지영이 빨래를 개고 있는데 대현은 멀리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 장면이 거슬린 남성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닌 남자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남성 캐릭터를 통해 남성 관객에게 무수한 힌트를 주고 있다. 어떤 남자는 그 힌트를 알아보고 어떤 남자는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만큼 단호하면서도 친절한 영화인 것 같다.

박혜진 소설에서는 정신과 남성 의사의 시선으로 지영의 상태가 서술되었는데 영화에서는 그것이 대현의 시선으로 갔다. 소설에서 이 의사는 김지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한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남편 역시 그렇다. 이해하려 하지만 끝내 지영에게 도달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여성 작가가 쓴 책을 여성 편집자가 만들고여성 제작자와 여성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여성 배우가 주인공을 연기했다렇게 하나로 모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콘텐츠의 힘이다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박혜진 그간 문학 안에서 다루지 않았던 작은 경험들을 문학 안으로 가져와서 한 사람이 가부장 시스템 안에서 언어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과정을 보여준 것이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특별히 작은 이야기의 총집결이었기 때문에 더 큰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여성이 일과 가사를 양립할 때 힘든 게 나의 개인적인 한계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하나의 책이 세상에 던진 파장이 엄청나다이후에 만드는 책에 대해서도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이후에 어떤 책들을 만들었는지도 궁금하다.

서효인 무섭거나 어깨가 무겁다기보다는 무척 바빴다. 이 책의 후폭풍을 곱씹을 시간이 없었던 게 아쉽긴 하다. 다음에 어떤 책을 내야 할까. 우리가 출판 노동자로서 어떤 책을 내고 어떻게 윤리적 감각을 벼려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다. 맥락 안에서 관련된 서적들만 이야기한다면 박혜진 편집자는 <딸에 대하여>와 <사하맨션>을 냈고, 나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와 <네 이웃의 식탁> 등의 책을 냈다.


문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남을 책이 <82년생 김지영>이 될 것 같다.

박혜진 출간 이후에 사회적인 반응들이 재미있었다. 편집자들이 책을 만들면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강점들을 강화하기도 하고, 책이 나온 이후 독자들의 반응을 전략적으로 홍보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80년대생 여성들이 하나의 주체로 자리잡고 자기 이야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80년대생 여성들이 중요한 주체가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에 대한 회신이 온 거다. 82년생 ○○○이라는 문구 안에서 캐치프레이즈가 나온다든지, 광고나 사회 혁신 문구가 나온다든지, 법안이 발의된다든지 하는. 작가의 아이디어였던 것이 현실에서 확산되는 것을 봤을 때 오는 즐거움이 있었다. 작품이 살아 있는 생명체가 되어 발전해 나가는 거였다. 소설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이야기의 형태, 논픽션이었기 때문에 픽션이 가닿을 수 없는 영역까지 갔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를 다시 만들고 재생산한 것이다. 소설을 편집하면서도 몰랐던, 문학이 힘이 있는 매체구나 절감했고 이후에 소설을 만들 때 내 역할에 대한 고민도 더 많이 하게 됐다.


오늘 주제와는 상관없는 질문이지만책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웃음)

박혜진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비하는 시대이고 플랫폼은 많아지고 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매개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미래에도 첨단의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비단 책만 그 역할을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서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있다고 믿는다. 혼자서 쓰는 장르이고 자본의 힘이 직접적으로 가닿지 않기 때문에 가장 진보적일수 있는 게 책이다. 책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다면 그건 인간이 사회를 이해하려는 관심이 없는 세상,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기대가 없는 세상인 것 같다.

서효인 책이 어렵다, 출판이 어렵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저는 부정적이다. 한국 최초의 도서전이 50년대에 있었는데, 그때에도 ‘책이 불황’이라는 말을 쓰더라. 언제나 불황이었던 것이다. 책이 언젠가 소멸한다고 해도 책은 책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까지도 힘들단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 일에 뛰어들고 싶은 후배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책을 만드는 편집자는 고뇌하고 부정하기보다는 ‘이건 된다, 잘될 것이다.’ 하는 태도를 가지는 게 좋다.


서효인 편집자는 시인이고박혜진 편집자는 문학평론가이기도 하다두 사람은 함께 서평책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를 내기도 했다같은 팀에서 일할 뿐 아니라 함께 책을 내는 협업자이기도 하다

서효인 창작자와 편집자의 경계를 나눈다는 것은 판타지다. 그냥 부지런하게 산다. 되는 대로 급할 땐 더 급한 걸 하면서. 잠 좀 덜 자고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게 비결 같다. 박혜진 편집자는 아주 좋은 편집자다. 문학 편집자가 자기 전문성을 갖기가 어려운데 그걸 갖춘 편집자다.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높고 전문성을 가지고 작가에게 조언을 하고 수정사항을 과감하게 전달하지만 그걸 전달하는 문장은 정제되어 있다. 소설의 문학적 완결성을 기준으로 ‘이건 전개상 수정해야 한다.’ 이런 걸 정확하게 판단하는 편집자다.

박혜진 아, 지금 칭찬 시간인지.(웃음) 선배가 우리 팀에 와서 같이 일하게 된 게 저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시인이자 작가로 활동해온 선배와 문학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면서 저도 에디터로 문학에 대한 관점을 넓혀가고 자신감이 생겼다. 파트너와 협업 과정이 저를 키운 것 같다. 신입 때 ‘대편집자’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직업의 비전을 갖는다.


지금 준비하는 책이 있다면.

박혜진 내년 초에 배삼식 선생님의 희곡 작품이 하나 나올 거다. 우리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통해 문학의 원형을 보는 것처럼 이 작가의 작품 안에는 1950년대부터 2019년까지의 언어가 있다. <화전가>라는 책인데 1950년대 남자들이 전쟁에 나가고 남은 여성 3대의 이야기다. 그 당시 여성들의 장신구나 음식, 안동 사투리가그대로나온다. 문화사가 드러나는 작품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가질 희곡이라고 생각한다.

서효인 저는 문학잡지 <릿터>를 지금 마감하고 있고, 내년에 무크지 <크리터> 2호가 나올 예정이다. 비평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82년생 김지영>을 내면서 느꼈다. 그래서 비평 무크지인 크리터를 창간했는데, 비평 전문지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간을 하고 두 번이나 낸다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필요한 일을 하는 출판사도 있어야 하니까. <82년생 김지영>을 낸 이후 문학성에 대한 논 란, 담론이 있었다. 그 담론에서 여성 서사에 대한 논쟁이 있었는데 그런 비평을 담을 공간이 필요해서 비평 전문지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82년생 김지영>을 낸 출판사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들도 해나가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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