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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03. 2020

[플레이스] 게으른 하루를 위한 바닷가 집

고성 삼박한집


글‧사진 양여주





매주 전국을 떠돌며 좋은 공간을 취재하고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나는 여행보단 방구석을 뒹구는 걸 더 좋아한다. 오래 걷지 못하는 저질 체력과 평발, 추위와 더위에 유약한 참을성을 지닌 게으른 집순이가 바로 나란 사람이다. 여행 에디터라는 직업을 갖기엔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덕분에 나의 여행은 항상 느리고 여유로운 일정으로 채워진다. 꼭 하고 싶었던 몇 가지 버킷리스트를 제외하곤 그날그날의 일정을 당일 아침 침대 위에서 계획하는 편이다. 때문에 쾌적하고 아늑한 숙소를 찾는 레이더는 남들보다 조금 더 발달한 것 같다.


비슷한 기질의 친구들이 국내 여행을 계획할 때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고성 삼박한집을 추천한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라던 광고 카피에 꼭 맞는 장소랄까.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바닷가 집이다. 내 집에서 뒹굴 듯 그렇게 침대 위에 누워 그간 밀린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책을 읽으며 익숙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럴 거면 비싼 돈을 들여가며 왜 여행을 가냐고 핀잔 어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내 방은 이렇게 말끔히 청소된 방도 아니며, 해변이 5분 거리에 있지도 않다. 


3일은 머물러도 좋은 집이라는 뜻에서 ‘삼박한집’이라 이름을 붙였다는데 과연 그렇다. 세 개의 박공지붕 아래 자리한 세 개의 객실은 나 홀로 여행에 딱 맞는 ‘小95’부터 두 사람을 위한 복층 구조의 ‘中100’, 네 사람이 함께 머물 수 있는 ‘大105’까지 각기 다른 크기와 취향으로 꾸며졌다. 삼각형의 박공지붕은 호텔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공간감을 선사하면서, 동시에 높은 천장으로 인해 실제보다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객실 안에는 기분 좋은 편백 향의 히노키탕이 자리한다. 뽀송뽀송하다 못해 바스락거리는 이불이 깔린 침대, 지루함을 달래줄 TV와 게임기도 준비되어 있다. TV에는 넷플릭스까지 연결되어 있으니 완벽하다. 가장 작은 객실인 小95 객실을 제외하곤 주방도 갖추고 있지만, 부지런을 떨며 미리 장을 볼 자신이 없는 나는 로컬 맛집 탐방에 나서기로 한다. 주방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겐 센스 있게 1만 원 할인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친구 또는 가족과 삼박한집을 찾는다면 넓은 거실과 다이닝룸이 있는 大100 객실에 머물게 된다. 모던한 외관과 대비되는 한옥풍의 레트로한 인테리어가 매력적인 객실이다. 보와 서까래, 목기둥을 그대로 노출하여 한옥 느낌을 살린 내부는 전통 목가구를 적절하게 배치해 멋을 더했다.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 감성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스파를 민망함 없이 즐기도록 입욕복이 인원수에 맞게 준비되어 있고, 패밀리 트윈 침대 외에도 침구 한 세트를 따로 추가해준다. 침대 머리맡엔 강릉과 속초 등 주변 지역을 다룬 로컬 매거진이 비치되어 있어 이 지역의 핫플레이스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영화 감상을 위한 빔프로젝터는 기본, 나처럼 게으른 투숙객들이 아침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도록 곡물 시리얼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연박 시 할인 혜택도 있다고 하니,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별장처럼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바다는 눈에 담고 가야겠다면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봉포해수욕장으로 향해보자. 고성은 강릉이나 속초처럼 관광객이 그리 많은 지역이 아니라 한적하게 해변을 거닐기 좋다. 서퍼들이 즐겨 찾는 서핑 명소로 근사한 카페와 맛집도 주변에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속초까지는 차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으니, 주변 지역을 여행하기도 편하다. 





매 끼니 뭘 먹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면 객실마다 비치된 ‘삼슐랭 가이드’를 참고하면 된다. 주인이 직접 다녀와 검증한 고성과 속초 지역의 맛집들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숙박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세심한 배려다. 서핑이 목적인 이들도, 로컬 맛집 투어에 나선 이들도, 그저 휴식을 위한 공간을 찾은 이들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어 만족스러운 고성 삼박한집이다.


양여주  

인생이 지루할 땐 모든 걸 내려놓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프로 방황러. 

현재는 여기어때에서 전국을 떠돌며 좋은 숙소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여행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주소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2길 12

객실 타입 小95 150,000원~ / 中100 20,000원~ / 大105 320,000원~

체크인-체크아웃 15:00~11:00

인스타그램 @sanmakhanzip

예약 방법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거나 숙소 예약 플랫폼 여기어때, 스테이폴리오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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