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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07. 2020

[트렌드] 달콤하게 또 게으르게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좌식카페


글·사진 김선화     


한번 들어서면 ‘나 오늘 집에 안 갈래.’를 외치게 만드는 곳이 있다. 내 방보다도 편한 카페라니, 나에겐 그게 바로 좌식카페다. 따뜻한 바닥에 앉아있다 보면 엉덩이가 무거워지며 나도 모르게 나른해진다. 여기에 맛있는 음료와 함께라면 행복은 그다지 멀리 있진 않은 듯하다. 회사나 학교에서 잠깐의 틈이 날 때 집에 가긴 어렵고, 정말 편하게 쉬고 싶을 때 좌식카페에서 잠시의 여유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한옥에 살어리랏다카페 연

한옥, 다락, 온돌, 분위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네 박자가 모두 조화로운 ‘연’은 삼청로 골목에 숨은 카페다. 한옥의 고즈넉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외관은 보면 볼수록 세련되고 멋스럽다. 전통미를 간직한 외관에서도 한번 놀라지만 내부는 더 근사하다. 한옥 카페에 어울리게 전 좌석이 좌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편한 의자가 아닌 바닥에 두 다리 쭉 뻗고 앉을 수가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앉아 있으면 온돌 바닥에서 뜨끈뜨끈한 열이 전해져오는데, 고백하자면 취재하다가 자꾸만 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유혹을 가장 떨쳐내기 힘들었던 대표 플레이스는 한옥 다락방이다. 소음에 구애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 뼘 정도의 작은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북촌 풍경도 아름답다. 참고로 다락방 이용 시간은 두 시간이다. 

의외로 판매하고 있는 음료는 이국적이다. 레드와인에 시나몬, 과일을 넣고 따뜻하게 끓인 프랑스 뱅쇼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통 한옥에서 맛보는 프랑스의 맛이라니! 처음 마셔본 뱅쇼는 한약 맛이 나면서 쌍화차 느낌도 났다. 상큼함이 더해지면서 시나몬의 은은한 향기도 감미롭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뱅쇼는 맛있게 느껴졌다. 한 입, 두 입 뱅쇼를 홀짝이자 언 몸이 금세 따스해졌다. 약간의 취기 때문인지 온돌 때문인지, 앉아 있는 곳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건만 발길이 채 떨어지지 않아 ‘10분만 더.’를 연거푸 외쳤던 게 기억난다. 한번 눌러앉으면 집에 가기 싫을 수 있단 점을 주의하자. 

위치_서울 종로구 삼청로 84-3

시간_매일 13:00~22:00 화요일 휴무






나만의 힐링 아지트별이숑숑

가게 이름처럼 별 모양의 소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카페다. 여타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좌식형 테이블과 다락방 구조가 눈길을 끈다. 비밀 아지트 콘셉트를 살린 별이숑숑은 다락방을 갖고 싶어 했던 어릴 적 내 로망을 실현해준다. 카페에 있는 2층 다락방에 오르면 술래는 없지만 숨바꼭질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각기 분리된 작은 공간에 몸을 웅크리면 되게 편안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다락에 누우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조도까지 더해지니 안락함이 배가 된다. 신촌에 많이 와봤지만, 아지트 같은 공간이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시끄러운 카페가 아닌 혼자만의 아지트가 필요하다면 한 번쯤 들러보기 좋다. 

음료 역시 맛있어서 재방문을 기약할 것 같다.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호박 라떼다. 여름에는 호박 스무디가 됐다가 겨울이 오면 호박 라떼로 변신한다. 호박 라떼는 호박 퓌레가 가라앉을 수 있으니 작은 티스푼으로 여러 번 저어줘야 한다. 음료라고 하나 수프의 느낌인데, 마셔보면 호박 자체의 달달한 맛이 미각을 자극한다. 잣까지 더해져 고소하고 씹는 식감마저 재미있다. 맛 좋은 음료도 마시며 쉬기 좋은 일석이조인 카페다. 또한, 순간을 추억하기 위한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료지만 비밀 아지트 입성을 기념 삼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위치_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나길 10

시간_매일 13:00~23:00 월요일은 open 15시(공휴일 제외)     





호텔보다 더 호텔 같은메이드빈 카페

호텔인 줄 착각했다. 거대한 샹들리에, 650평 단체석, 기다리는 손님을 위한 대기석까지 영락없는 호텔의 모습이다. 부평 문화의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메이드빈 카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이다. 지하인 카페로 내려가는 계단은 마치 <미녀와 야수>에서 나온 야수의 저택을 연상케 한다. 카운터는 호텔 프런트처럼 꾸며져 있어서 만약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호텔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내부도 객실에 최대한 가깝게 조성돼 있다. 각 공간은 커튼으로 나뉘어 있어 독립적이다. 특히 이곳의 매력은 반은 좌식, 반은 소파 석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인테리어도 저마다 다르니 개성이 뚜렷하다. 다양한 좌석에 선택의 폭이 넓지만, 둘러보니 대부분 편한 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룸으로 된 좌식 공간에 들어가면 보일러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온도를 찾아 머물 수 있다. 다만 이용 시 1인 1메뉴 선택은 필수이며 사용은 두 시간 안팎으로 제한된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가격뿐 아니라 메뉴가 다채롭다. 카페라고 하나 식사류가 많아서 카페인 듯 카페 아닌 모습이다. 먹어보니 맛도 나쁘지 않다. 주문한 빠네파스타의 경우 양이 푸짐해 먹고 쉬고 먹기를 반복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아선지 중고등 학생 손님부터 20대가 많이 찾는 핫플이다.  

위치_인천 부평구 부평문화로80번길 16

시간_매일 10:00~24:00     





1의 행복그녀의 커피잔

붐비는 부평 문화의거리를 살짝 비켜나면 어느 좁은 길에 ‘그녀의 커피잔’이 보인다. 아는 사람들의 명소로 불리는 이곳. 카페에 들어서면 각종 패브릭 소품이 펼쳐진다. 벽은 OSD 합판을 이용해 원목의 느낌을 자아낸다. 독특한 인테리어다. 이미 사방은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따스한 느낌이 드는데 난로의 열기까지 가세해 몸이 후끈해진다. 이곳에 머무르면 한겨울 매서운 추위도 두렵지 않겠다. 이용 시간은 2시간 30분이지만 만석만 아니라면 조금 더 머무를 수 있다. 커튼을 치고 가죽 소파에서 뒹굴뒹굴해도 용인된다. 혹은 패브릭 소재의 바닥에 몸을 편히 뉘어도 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혼자서 쉬기에 적당하다. 잠자코 휴식을 취하니 게으르게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다. 

이곳의 대표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커피가 야만적이라고 느낄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용량이다. ‘이게 커피인가? 사발인가?’ 싶을 정도의 짐승 용량을 자랑한다. 밥그릇보다 큰 커피를 마시니 흡사 사약 먹는 기분. 용량을 헤아리니 1리터가 넘는다. 가격은 스타벅스와 비슷하지만, 가성비는 훨씬 좋다.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원액이 무려 다섯 샷이 들어간다. 즉, 음료가 화수분이다. 집에 가고 싶은데 웬걸 마셔도 줄지 않는다. 배불리 마시고 실내에서 뒹굴뒹굴하고 싶다면 강추.

위치_인천 부평구 부평대로20번길 18

시간_매일 12:00~23:30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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