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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07. 2020

[트렌드] 지구는 언제나 아프다

아파하는 지구를 위하여


글·사진 김선화     


지구가 오염되고 있단 사실은 피로할 정도로 많이 기사화됐다. 교과서에선 지구를 보호하고 사랑하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이 땅을 위해 노력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나. 익숙함에 속아 우리 사는 지구를 함부로 사용하진 않았나. 후손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줘야 한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 사는 이곳은 아름다운지 의문을 짚어본다. 언제부터였을까. 창문을 열면 상쾌함보단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깊어갔다. 앞으로 아이들은 도화지에 파란 하늘이 아닌 회색 하늘을 그려 넣을지 모른다. 당장 내일 살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다가올 내일을 위해 지구 보호를 실천해봤다.      





일회용 빨대 말고 다용도 채소 빨대

바다거북의 콧구멍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가 나온 사건이 있었다. 어떠한 경로로 들어갔는지 원인을 알 순 없지만, 누군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에 바다거북은 피를 흘리고 아파야만 했다. 이건 내가 지구를 보호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아파하는 바다거북을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빨대를 대신할 만한 물건을 찾다가 기특한 채소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바로 모닝글로리 혹은 공심채가 그 주인공. 대한민국에선 아직 낯설지만, 동남아시아에선 널리 재배되는 메꽃과 열대식물이다. 현재 베트남에선 빨대를 요청하면 공심채 줄기를 이용한 빨대가 제공된다고 한다. 속이 비어 있는 공심채는 의외로 “빨대 대용으로 제격”이란 말이 자자했다. 

공심채는 현재 시중에선 만나기 어려운 터라 인터넷에서 주문을 해봤다. 처음엔 ‘빨대로 쓸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불길한 예상이 적중하듯 아무리 힘을 줘 빨아도 공심채가 빨대로써 구실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공심채는 대나무처럼 얇은 마디가 있는 식물인데,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이 세척도 하고 구멍도 내야 한단 점에서 다소 번거롭긴 하나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 흔히 플라스틱 빨대가 썩으려면 10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공심채는 식물이라 그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채소 빨대인 공심채는 볶음 요리로도 먹을 수 있고, 종이 빨대처럼 오래 놔둬도 불지 않는단 점 역시 매력적이다.      





지구를 지키는 조깅플로깅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점차 글로벌하게 영역이 확대됐다. 게다가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까지 두루 생각할 수 있단 점에서 착한 운동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숨쉬기 운동만 하는 나지만, 뜻깊은 운동인 플로깅만큼은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선 “작심일일 되는 거 아니야?”라고 비아냥거렸지만 강한 내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고작 하루일지언정 의미 있게 하루를 소일해보고 싶었다. 플로깅의 대표 장소인 한강에서 시도할까 고민도 해봤다. 하지만 지하철 타고 환승할 시간에 차라리 쓰레기를 하나라도 더 줍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플로깅은 역시 집 근처가 최고다. 멀리 나갈 필요 없이 가까운 동네에서 플로깅 하기로 결심했다.





준비물은 해당 자치구의 종량제봉투가 전부다. 그다음엔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우면 된다. 관리하는 환경미화원도 계시니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겠냐만 쓰레기 양은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된다. 담배꽁초, 과자 봉지, 서류 종잇조각 등 갖가지 쓰레기가 길에 널려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혼자 길에서 플로깅을 도전해봤다. 걷고 또 줍고… 반복하다 보면 은근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아마도 30분이 지났을까. 5L 쓰레기봉투를 하나 가득 채웠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니 뿌듯한 마음도 들고, 쓰레기 무게만큼을 들고 걸으니 자연스레 칼로리 소비도 됐다. 다만,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했다면 적적하지 않고 더 재밌을 것 같다.          



화장실에서 실천하는 지구 보호

화장실에서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단 말에 고개가 갸웃거릴 수 있다. 사실 화장실만큼 생활 속에서 지구 보호를 실천하기 좋은 장소도 없다. 평소 오래 샤워를 한다면 집중. 샤워 시간을 1분 줄이면 12L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물 낭비를 막기 위해 모래시계나 타이머를 이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시간을 단축하면 좋으련만 세월아 네월아 씻던 습관을 바로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내게 있어 빠른 샤워는 도전에 가까웠다. 며칠 동안 빠른 샤워를 강구해보니 샤워에도 멀티가 필요하단 걸 깨달았다. 양치하고, 머리 감고, 몸 씻고… 이 과정을 하나씩 차례차례 하다 보면 시간이 전혀 단축되지 않는다. 머리를 감으며 동시에 양치를 하는 스킬을 익혀야 한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물을 물 쓰듯 펑펑 쓰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화장실에서 렌즈 처리는 금물이다. 다 쓴 렌즈를 변기나 세면대에 흘려보내면 하수 오염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고 한다. 버려진 렌즈는 잘게 부서지는데, 하수처리장 필터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방류된다. 결국 우리가 버린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 수중생물이 섭취하고 돌고 돌아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미국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0t가량의 콘택트렌즈가 하수로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렌즈 시장이 점점 커지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별생각 없이 버린 렌즈는 환경 파괴는 물론 인류 전체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이제부터라도 렌즈는 변기나 세면대가 아닌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자.         


헌 옷 다오새 에코백 줄게

입긴 싫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깝고. 헌 옷을 옷장에 가둬두니 옷장이 미어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항상 어떻게 처리하지 싶었는데, 별다른 도리가 없어 막막했다. 그런데 어느 날 헌 옷으로 에코백을 만든단 걸 알게 됐다. 쓸모없는 헌옷의 재발견이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헌 옷도 쓸모 있게 변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들여다보니 만드는 방법도 꽤 간단해 보였다. 자르고 묶으면 끝이다. 물론 바느질을 하면 심미적으로도 좋고 튼튼하겠지만 바느질 없어도 만든다는 점이 편리해 보였다. 이 방법을 많은 사람이 안다면 일회용 비닐을 쓰는 횟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다. 헌 옷으로 만든 에코백은 심지어 준비물도 간단하다. 헌 옷과 가위만 있으면 그만이다. 

먼저, 헌 티셔츠의 소매를 민소매가 되도록 자른다. 목 부분은 깊은 U자형 될 수 있게 잘라주면 된다. 에코백의 바닥 부분은 가로 2.5cm, 세로 7cm 깊이로 마디마다 자른 후, 단단히 서로 묶으면 완성이다. 이때, 매듭을 한두 차례 더 묶어준다면 튼튼하게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다. 거꾸로 뒤집어 작업하고 다시 뒤집으면 보기 흉한 매듭은 정리된다. 헌 옷 에코백은 어렵지 않고 누구나 만들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일일 체험으로도 추천한다. 헌 옷 에코백은 헌 옷만의 빈티지한 멋도 품고 있다. 용량도 넉넉해 실용적이다. 다소 투박하지만 다가오는 주말엔 한번 시도해보시라.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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