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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1. 2020

[무비] 말레피센트 2

안젤리나 졸리


Writer 김송희

Photo Providing 월드디즈니코리아


말레피센트는 억울한 오해를 사도 좀처럼 자기변호를 하지 않는다. 머리 위로 난 무서운 뿔에 두드러진 광대, 붉은 입술 사이로 살짝 드러난 날카로운 송곳니. 동화 속에서 왕자님이 물리쳐야 할 ‘마녀’의 그림자가 지닌 어두운 이미지를 실현한 것이 바로 안젤리나 졸리가 연기하는 말레피센트다. 2014년 말레피센트 역에 안젤리나 졸리의 캐스팅이 공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타입 캐스팅이라 칭찬한 것은 디즈니가 만들 새로운 말레피센트가 단순한 동화 속 마녀 역할에 머물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구현한 말레피센트는 <백설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내밀며 거짓말로 상대를 현혹하는 식의 악녀가 아니다. 겉치레가 듬뿍 담긴 인사말은 할 줄도 모르고, 외형 때문에 오해를 산다면 그 오해를 부추기듯이 거만한 웃음을 씨익 웃어주는 당당하고 힘 있는 여성. 자신보다 여린 존재 오로라 공주를 감싸 안으며 그 누구도 대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숲을 수호하는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 말레피센트가 후속작으로 돌아왔다.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전작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한 <말레피센트 2>는 오로라 공주엘르 패닝가 말레피센트 안젤리나 졸리에 의해 무어스 숲의 여왕이 된 이후의 이야기다. 여왕이 되어 숲 요정들의 각종 민원에 귀를 기울이며 평화로운 정치를 펼치던 오로라는 필립 왕자에게 ‘드디어’ 청혼을 받는다. 인간이지만 요정의 여왕인 오로라와 인간 세계의 왕자인 필립의 결혼은 두 세계의 공존을 이끌어올 것처럼 보이지만, 애지중지하며 키운 오로라가 ‘인간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말레피센트는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결혼 소식을 전하러 달려온 오로라에게 말레피센트는 “오 그 불쌍한 남자는 괜찮니?”라고 묻는다. 당연히 오로라가 청혼을 거절했을 거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전편 <말레피센트>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동화 속 마녀 말레피센트에게 ‘사랑에 배신당하고 흑화한 과거’가 있다는 설정을 추가한 바 있다. 그러니 말레피센트가 사랑하는 오로라가 인간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반대를 할 수밖에. 10월 4일 국내 기자들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안젤리나 졸리는 “전작에서 말레피센트는 많은 상처를 겪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트라우마로 인해 따뜻함을 잃어버리는 과정에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을 한다. 말레피센트는 인간을 믿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나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 두려움에 싸여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말레피센트의 무서운 뿔을 덮으면 과연 사람들이 그녀를 달리 볼까. 그렇지 않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엄마이고 여성이고 나 자신이다. 그런 남과 다른 면모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사실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개봉 전에 이미 한국을 다녀갔다. 그의 아들 매덕스가 한국의 연세대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학부모로서 한국을 방문해 아이가 지낼 숙소와 학교를 미리 둘러보고 갔다. 안젤리나 졸리가 한국에서 쇼핑을 하고, 대학교를 투어하는 사진은 마치 만우절 거짓말처럼 한동안 SNS를 떠돌았다. <말레피센트 2>에서 딸처럼 키운 오로라를 떠나보내는 연기를 한 것이 아들을 유학 보내기 전 감정을 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매덕스는 한국의 대학교에 가기로 결정을 했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 다니게 된 것에 기뻐했다. 나 역시 아이의 선택을 지지했다. 가족의 둥지를 떠나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하면서 감정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말레피센트는 무서운 외형, 자신을 둘러싼 헛소문과 편견에 시달리지만 그러한 오해를 나서서 해명하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여성인 셈이다. <말레피센트 2> 에는 말레피센트의 종족인 다크 페이가 등장하는데 그 종족은 인간에 의해 살 곳을 잃어가고 다른 외형 때문에 차별을 받아온 종족으로 묘사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권운동을 펼쳐온 안젤리나 졸리가 다양성을 인정하고 편견을 극복하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매혹되었을 것은 당연하다. “다크 페이 종족(세트)와 CG을 봤을 때, 세상이 이렇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거기에는 다양성의 축제도 있었고 서로를 인정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아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심오한 의미를 다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위 글은 빅이슈 10월호 2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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