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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1. 2020

[컬처] 일본에서의 케이팝, 냉정과 열정 사이


Writer 도혜림





차가울 대로 차가워진 한일 관계

최근 CJ ENM이 케이블 채널 Mnet의 대표 시상식 ‘2019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를 일본 나고야돔에서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올해는 2010년부터 한국을 포함 홍콩, 베트남, 일본 등에서 동시 진행되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만 단독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아베 정부 규탄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지는 등 국내외 반일 감정이 격해지는 가운데 CJ ENM의 이 같은 발표는 대중의 반발을 받음과 동시에 여론의 뭇매도 맞았다.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일본 일간지 <닛칸겐다이>는 ‘NHK <홍백가합전>에 케이팝(K-Pop) 스타는 전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홍백가합전>은 일본 공영방송 NHK의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으로, 그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출연해 홍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다. 보아, 동방신기, 트와이스 등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도 과거 다수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기사의 제목처럼 올해는 출연이 힘들어 보인다. 특히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홍백가합전>에 출연했고 올해도 출연이 확실시되었던 트와이스 역시 출연이 불확실해졌다. 해당 기사에 언급된 일본 레코드 회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NHK는 국민의 수신료로 제작되고 방송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홍백가합전>에 한국 가수를 출연시키면 항의 전화가 빗발칠 것”이다. 일본의 반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이러한 한일 냉전의 시작은 한국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일본의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대 한국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조치를 하면서부터다. 그리고 이에 분노한 내국민들이 ‘No Japan’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일본 불매 운동을 벌여, 장기전으로 돌입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한국 여행을 자제하는 등 냉전의 분위기를 유지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 내 케이팝은 괜찮을까? 최근 케이팝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다양한 국가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해도 일본은 부정할 수 없는 한류의 주요 타깃이고 소비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격히 냉각된 한일 관계가 정치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차원의 문제로까지 확장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식지 않는 케이팝 열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내 케이팝 열기는 아직 뜨겁다. 아이러니하겠지만 한일 냉전 중에도 일본 내 케이팝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음반 판매량과 공연 규모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열 번째 싱글 앨범 <라이트/보이 위드 러브(Lights/Boy With Luv)>를 발표한 방탄소년단BTS은 음반 선주문 100만 장을 넘기 며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싱글 앨범으로 ‘밀리언’ 인증을 받은 해외 첫 남성 아티스트이자 한국 최초 가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무려 관객 21만 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같은 달 일본 데뷔 2주년을 맞아 싱글 4집 앨범 <해피 해피(HAPPY HAPPY) >와 싱글 5집 앨범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를 잇따라 발표한 트와이스 역시 각각 앨범 판매 25만 장을 넘기며 일본 레코드협회로부터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거기에 걸그룹 최초로 일본 3대 돔 투어를 이루었으며,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3회 공연을 추가해 7개 도시 12회 아레나 투어도 가질 예정이다. 11월 20일에는 일본 2집 <앤드트와이스(&트와이스)>도 공개한다. 


일본 한류의 신흥강자 아이즈원도 9월 말 발표한 세 번째 싱글 앨범 <뱀파이어(Vampire)>로 초동 판매 20만 5천 장을 기록하며 오리콘 주간 합산 싱글 및 위클리 1위를 차지했다.


남은 4분기 동안에도 케이팝 아티스트의 일본 내 활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븐틴은 10월과 11월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블랙핑크는 12월 도쿄돔을 시작으로 3개 도시 돔 투어를 시작한다. 엑소는 10월 후쿠오카, 오사카, 가나자와에서의 7회 공연과 12월 미야기 3회 공연 등 총 10회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같은 소속사의 선배 그룹 동방신기 역시 일본 투어가 예정되어 있어 이들이 동원하는 관객 수만도 50만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케이팝을 향한 애정

일본에서 케이팝 아티스트의 공연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일본 진출은 꽤 오래전 일이다.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일본 활동을 해온 많은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일본 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고, 그들의 팬들은 케이팝 아티스트의 세대 변화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고 확장되었다.”고 말했다. 일찍부터 형성되어 있는 두터운 케이팝 팬덤에게 한일의 정치적 관계 변화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한류의 중심이 아이돌 위주의 케이팝 문화로 옮겨오면서 생긴 젊은층의 케이팝 팬덤은 케이팝을 소비하는데 있어 정치적인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보아의 오랜 팬이자 최근 아이즈원에도 빠져 있다는 20대 일본 남성은 “케이팝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데 있어 정치적인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젊은 케이팝 팬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케이팝을 소비하고 있는 중에 트렌드에 따

르지 않기란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 내 케이팝은 정치와 상관없이 문화적 차원에서 소비 되고 있다. 물론 케이팝 아티스트의 <홍백가합전> 출연 불투명과 같은 문화적 차원에서의 반한 감정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대중의 반응은 별개로 보인다. 사실 이러한 한일 관계의 냉전은 과거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그리고 역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일 관계의 냉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금은 뜨겁게 달궈져 있는 케이팝의 열기가 어떻게 식을지는 알 수 없다. 우리 역시도 반일 감정 앞에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정치와 문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케이팝은 앞으로 어떻게 표류하게 될까. 이러한 문제는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도혜림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작당 모의 전문가.

음악, 책, 공연, 영화, 드라마 등 사람과 기록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는 스페이스오디티의 요원으로

저만의 우주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빅이슈 10월호 2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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