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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1. 2020

[아침요리] 바나나오트밀 팬케이크


Writer·photographer 문은정





바나나 오트밀 팬케이크


재료(2인분)

바나나/달걀 2개씩, 오트밀 1컵, 토핑용 과일 1/2컵,

식물성 기름 2큰술, 호두 1큰술,

베이킹파우더/시나몬 가루/소금/바닐라 엑스트랙 1/2작은술씩,

메이플 시럽/식용유 적당량씩


만들기

1 볼에 바나나를 넣고 잘 으깬 뒤 식물성 기름, 바닐라 엑스트랙,풀어놓은 달걀을 넣어 섞는다. 참고로 껍질에 반점이 생길 정도로 잘 후숙된 바나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2 오트밀을 믹서에 갈아 가루로 만든 뒤 베이킹파우더, 시나몬 가루, 소금을 넣어 잘 섞는다.

3 1에 2와 호두를 넣어 섞은 뒤 5분간 둔다.

4 소량의 기름을 두른 달군 팬에 3을 넣고 잘 펴서 약불에 굽는다.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뒤집어준다.

5 접시에 4를 담은 뒤 메이플 시럽과 과일을 올려 먹는다.



《빅이슈》 211호를 봤다면 알고 있겠지만 필자는 아침마다 요리를 하고 있다. 벌써 두 달째다. 예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슬슬 힘이 빠지고 있다. 생각지 못한 문제도 생겼다. 오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일단, 문제의 시초는 인스타그램이었다. 아침마다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더하자는취지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주객이 전도되었다.


인스타그램에 과히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이다. 팔로워가 많기라도 하면 말을 안 한다. 9월 27일 현재 기준 팔로워 수는 고작 12명(그것도 지인이 다수다. ) 그런데도 그렇게 공을 들이고 싶나 보다. 참 열심히도 올린다. 어떨 때

보면 인스타그램을 위해 아침마다 요리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정신없이 요리를 하고 사진을 찍고 SNS에

업로드하면 미션을 클리어한 기분이다. 그러고는 먹는 둥 마는 둥 정신없이 음식을 해치우고 급히 출근을 한다.

결국, 콘텐츠 양산을 위해 아침마저 일하고 있는 것이다.


요리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제대로 먹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넉넉한 시간일 것이다. 아침이 여유롭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밤을 포기해야만 한다.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초심을 되찾고자 한 시간씩 일찍 자고 그만큼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일어나면 곧장 식탁으로 가 부스스한 머리로 주방을 바라보며 앉아 있곤 한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의 의식 같은 것이랄까. 물론 멍한 정신도 좀 깨우고 말이다. 그러고는 푸르스름한 새벽과 이른 아침의 따듯한 색이 뒤엉키고, 창 밖에서 들려오는 거라곤 푸드덕대는 새소리밖에 없는 아침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생각한다. 오늘은 뭘 만들어볼까나. 무엇을 만들던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사실, 자꾸 예쁜 것만 만들려는 것도 문제다. 언제부턴가 정말로 먹고 싶은 것들보다는 사진 찍었을 때 예뻐 보이는 것들 위주로 요리하고 있었다. 메뉴를 선정하는 것마저 인스타그램 위주였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았다. 네가 진짜로 먹고 싶은 게 뭐야?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확고한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속 가능한 음식을 좋아한다. 여기서의 지속 가능성은 환경문제 같은 거시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나의 삶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즉, 건강한데 맛까지 있어 오래 먹을수록 즐거운 것들 말이다. 수많은 식재료 중에서도 채소를 특히 사랑하는 이유다. 조리법도 그렇다. 속이 불편한 밀가루보다는 글루텐 프리 레시피를, 튀기고 볶는 것보다는 찌고 굽고 데치는 방식을 좋아한다. 먹었을 때 건강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그렇게 올바르면서도 사랑스러운 음식들을 사랑한다. 그리 만든 음식을 먹으면 나도 모르게 허리가 꼿꼿해지고, 쾡 했던 눈망울도 다시금 반짝거린다. 음식을 통해 탄탄한 에너지를 얻은 것이다. 


허나 메뉴에 대한 고민은 정말 끝이 없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것은 즐거움이기도 하나 때로는 괴로움이 된다. 메뉴에 대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자꾸 같은 메뉴를 반복하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식단표를 짜보기로 결심했다. 주말에 마트에 나가 몇 가지 식재료를 사고, 일주일 동안 그것을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한꺼번에 구상했다. 알뜰살뜰 요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젯밤에는 영양사처럼 책상에 앉아 식단표를 짜고 요리책을 펼치고 유튜브를 보고 요리 잡지의 세계를 헤맸다. 무엇이든 참 쉽지가 않다. 이렇게 치열하게 아침마다 요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을 제대로 즐기려면 한참 멀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그 질은 각자의 것이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 질은 아마 노력을 통해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어떤 일이 습관으로 굳어지려면 만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나는 이제 고작 그 시작점에 있다. 타인과의 소통 따위가 아닌, 오직 나만을 위해 요리하고 싶다. 그렇게 앞으로도 더욱 나만을 위한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바나나 오트밀 팬케이크. 밀가루 넣지 않고 푹 익은 바나나와 오트밀로 만든 팬케이크다. 위장이 약한 예민한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


위 글은 빅이슈 10월호 2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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