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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30. 2020

[일러스트 에세이] 가늠해볼 뿐


글·그림 박정은     





“저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 


도심 한가운데를 걷다가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족히 40년은 되어 보이는, 한국 느와르의 배경으로 등장했을 법한 낡고 오래된 한 동짜리 복도식 아파트였다.


“살지, 살겠지……” 


말끝을 흐리며 대답했고 신기해하는 그녀의 시선이 신기해 한참 말을 곱씹었다. 온갖 살림살이들이 꽉 들어차 창문 밖으로 다 튀어나올 듯 보였고, 건물은 그 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가 말한 저런 곳이란 집은 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보금자리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전세자금 대출을 최고로 많이 받는다 해도 전세 입주도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왜? 경험 쌓으려고요?”


“네? ……”


몇 해 전, 이때도 나는 말을 얼버무렸다. 제각기 보이는 삶은 다르기에 그걸 설명할 이유도, 길도 찾지 못했고 그런 다름을 마주할 때마다 세상과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았다. 누구도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 이야기가 튕겨져 나왔을 땐 더 이상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외로워지기를 선택하는 쪽이 편했다.     


각자의 세계는 벽으로 가로막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다. 굳이 넘어가 알아보려 하지 않으면 내 앞에 보이는 것들로 나를 구성하고 그렇게 한 사람의 세계는 자연스레 견고해진다. 나를 지배하는 생각들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내가 보는 길을 알려줬다.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면서도 나는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고 그들은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멀리 다른 방향으로 와버린 게 아닐까? 어떤 일을 해야 저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아도 너무 막연하고 멀기만 했다. 그냥 바라보는 것밖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왜 이런 생각을 중년이 되는 나이에 와서야 하고 있는지 나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들 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신호가 바뀌었고 내 생각도 여기서 잠시 멈췄다.


단체 줄넘기에서 끈에 걸려 밖으로 튀어나오면 어떻게 했었지? 계속 그림 작가로만 살다가 뒤늦게 취직이라는 것을 하고 적더라도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이라는 것이 생겼다. 적게나마 안정감을 갖게 되었고 예전에 비하면 금전의 압박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은 지워내기 어렵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저런 곳에 살 수 있을까?           


박정은  

일러스트레이터. 

<식물저승사자>, <1982 야구소년>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위 글은 빅이슈 1월호 2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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