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Feb 11. 2020

“우리는 더 이상 불공정으로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


글·사진 홍윤기





올해도 어김없이 비보가 들려왔다. 바로 한국마사회 문중원 기수의 죽음이다. 문 기수는 마사회 비리와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서에 마사대부(조교사 면허를 가진 사람 중 마구간을 배정받는 사람)가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반복되는 부정 심사에 해당 업무를 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그가 속한 부산 경남경마공원에서만 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故)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는 17일부터 21일 닷새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할 것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은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는 절을 반복했다. 하얀 옷은 아스팔트에 닿아 검게 변해 있었다. 행진은 과천 경마공원에서 시작해 강남역, 서울역 등을 거쳐 청와대까지 이어졌다. 현재 그의 시신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광화문 정부청사 앞 시민분향소에 안치돼 있다.      


우리 사회는 강자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약자의 목소리는 더 작아지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됐다. 지난 1월 19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취재진이 안 전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모였고 그는 큰절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차가운 바닥에 수천 번의 절을 올린 약자들의 기사는 “우리는 더 이상 불공정으로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라는 정치인의 발언에 묻혀버렸다. 한국 사회에서 약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립되어 있다.      


오체투지 행진을 가까이서 보니 참가자들의 흰색 옷 사이로 바닥에 앉을 때 사용하는 깔개가 보였다. 몸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보호장치인 것이다. 문득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주고 있는 깔개 같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들은 단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계속 지켜보고 응원해야 한다.          


홍윤기  

2015년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탄핵 정국, 홍콩 시위 등

크고 작은 사회 이슈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2월호 2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디토리얼] 슬픔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