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송희
우산 장수와 선크림 장수를 둔 어머니는 비가 오면 선크림 장수 아들이 걱정, 맑은 날엔 우산 파는 아들이 걱정입니다. 마음 편할 날 없는 부모 맘을 빗댄 우화인데 자식도 없는 제가 요즘 딱 그런 기분입니다. <빅이슈>야말로 날씨, 사회 분위기, 전염병 등 무수한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는 스트리트 매거진이기 때문이죠. 물론 제가 빅이슈의 어머니도 아니고, 그렇다고 빅이슈 판매원의 어머니는 더더욱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 때문에 판매가 더 어렵다”는 판매원들의 말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빅이슈랑 코로나가 무슨 상관이지’라고 여길 수도 있는데 코로나가 무서워 인파가 많은 영화관이나 행사장도 조심하는 요즘 같은 때에 길에서 잡지를 파는 일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거리가 한산해 오가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바삐 가던 길을 멈춰 빅이슈 판매원과 잡지를 주고받는 행위는 더욱 힘들 수도 있죠. 그럴수록 더 재미있는 잡지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만드는 사람의 이런 생각은 정말 순진무구한 접근일 뿐입니다.
글 쓰는 일을 하게 되면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네 글에 대한 지적을 너라는 사람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거절도 마찬가지입니다. 섭외 요청을 거절당했다고 해서 너를 거절한 것은 아니니 일일이 상처받으면 안된다고 들으며 일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거절을 당하면서 상처받지 않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빅이슈>에서 일하면서 많은 거절과 마주합니다. 주로 섭외 거절이죠.(웃음) 계속 쌓이다 보니 상처를 받을 뿐 아니라 종내에는 상대에게 서운함 마음까지 듭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는 일로써 제안을 한 것이고 그 제안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거절하는 것 역시 상대의 선택입니다. 제 제안을 수락해야 할 의무가 없는 거고 서운하거나 상처받을 일도 아닙니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고, 남에게 내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동안 우리의 요청에 시간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더욱 고맙습니다. 서운함보다는 고마움을 가져야겠어요.
이번 호에 함께 해준 손담비, 채종협 배우, 인터뷰에 응해준 물결서사나 기고에 응해준 필자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 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특히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해준 손담비 배우는 <빅이슈>에 대해 친구에게 듣고 선뜻 시간을 내준 배우입니다. 촬영하는 내내 기분 좋게 웃으며 주변을 먼저 배려한 배우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을 봤더니 글이 자꾸 수상소감이 되네요. 봉준호 감독이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지만 한국에 첫 오스카다. 감사한다”고 했는데 저 역시 빅이슈를 대표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잡지에 도움을 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특히, 잠시 걸음을 멈춰 판매원분에게 말을 걸어 잡지를 구매하는 용기를 내준 독자분들이요. 땡큐!
위 글은 빅이슈 2월호 2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