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Feb 16. 2020

[영켱 ESSAY] "원래 이런 건가요?"

이별 후 황망함에 빠진 당신을 위한 Q&A


 영켱(팜므팥알)




Q.1 하루아침에 팔다리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에요.
A.1 숨을 쉬고 멀쩡히 살아 있지만 살아 있지 않은 기분. 우리가 함께일 때, 그때에야 우리는 완전하다 느꼈던 그것은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수년 동안 하나라고 믿고 살아왔던 그 반쪽이 하루아침에 흩어져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다는 듯이 사라졌다. <익숙한 그 집 앞>이라는 삽화집에서 유희열은 이별하고 돌아오는데, 자신의 무릎 아래가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황망하고, 무섭고, 불안하고, 믿을 수 없고 말도 안 되는 그 기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본 모두가 잘 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다. 원래 그렇다. 이별은 그렇게 아프다. 


Q.2 그 사람 없이 정말 내가 살 수 있을까요?
A.2 곧 너무 잘 살아져서 슬퍼질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미치도록 짜증이 날지도 모른다. 그 사람 없이는 죽을 것만 같았는데, ‘그럴 것 같기만’ 하고 절대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렇게 아팠고 그렇게 울었지만 어느새 그 순간들은 내게 모두 거짓말처럼 과거가 됐다. 문득 조금도 쓰리지 않은 가슴이 이상하고 허해서 자꾸만 아팠던 그 느낌을 떠올려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분명 장담하건대, 이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프고 괴로운 이별의 순간, 그것은 반드시 지나가고 반드시 잊히고야 만다. 


Q.3 이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걸까요?
A.3 그 사랑이 당신에게 이별이라고 마지막 답을 주기까지, 당신은 이미 많은 노력을 했다. 아마도 당신은 당신이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다시 한 번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아니다. 당신은 할 수 있는 만큼을 했다. 당신의 타이밍, 그 순간에 당신의 최선을 보였을 뿐이다. 지난 관계에 대한 후회와 반성은 얼마든지 찬성이지만, 이제 와 무엇을 되돌리려는 노력은 권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관계의 마지막을 고민하고 성찰한 서로를 조금 더 존중해주자. 아니, 까놓고 말해 이제 와 해보려는 그 모든 시도들은 성공 확률도 극히 낮을뿐더러, 곱게 남은 추억까지 다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무엇을 하려고 노력하지 말라. 그렇다고 억지로 쿨해지고 담담해질 필요도 없다. 아프다면 아픈 만큼 아파하고 울자.


이별한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겪는 모든 감정들을 처절하게 기억하고 추억하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열심히 좋아하고, 배신당하고 상처받았던 그 순수한 시간들이 그리워질 때가 반드시 올 테니까. 욕은 할지언정, 당신의 사랑에 후회는 말기를 바란다. 결국 연애에는 정답도 오답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별했다고 해서 무엇이 끝나버린 것은 아니다.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계속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길게 이야기했지만, 그러니까 나는 이별한 당신이 너무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펭수는 ‘노력은 저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감히 사랑 또한 ‘저기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랑은 분명 당신을 이전과는 다르게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남은 가장 힘든 이 오르막길을 조심스레 한 발짝 더 내딛어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위 글은 빅이슈 2월호 2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에디토리얼] 제가 봉준호는 아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