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빅이슈코리아 Feb 17. 2020

[아침요리] 우엉에 대한 집착


글·사진 문은정





뭐 하나에 꽂히면 꽤나 깊게 파고드는 편이다.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게 집착적이면서도 피곤한 성격은 살면서 가끔 좋았고 대개 힘들었다. 20대 한철 겪었던 연애는 구질구질했으며, 결국 기자라는 집착적인 직업을 갖게 되었고, 항상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기에 결과적으로 가난했다. 꽂혀 있는 모든 일을 해치우느라 하루 24시간은 언제나 모자랐다. 이러한 성격은 여러 요인에서 기인했는데, 일단 나는 죽도록 일해야 하는 ‘소띠’ 인 데다가(심지어 소가 한창 일하는 시간인 11시에 태어났다) 호기심 많은 ‘쌍둥이자리’의 저주받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수많은 점쟁이들은 작당모의라도 한 듯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하곤 했다. “명예는 얻게 되겠지만 돈은 못 벌겠네요. 이번 생은 가난하고 바쁘게 살겠어요.” 미신적인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 가끔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여기에 모친에게서 받은 유전자 또한 상당 부분 힘을 보탰다. 모친은 정말이지 나와 똑같은 사람인데, 길가에 핀 보잘것없는 풀떼기 하나의 이름조차도 모조리 알고 있을 정도의 ‘식물 덕후’다. 몇 년 전에는 식물이 좋아 산까지 구매했을 정도. 그리고 주로 뛰어다닌다. 해야 할 일(하고 싶은 일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 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착잡해진다. 


사족이 길어졌다. 어쨌든, 이렇게 집착적인 내가 근래 꽂힌 것은 뿌리채소다. 특히 우엉! 아아, 우엉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시작은 이러했다. 몇 달 전부터 ‘마크로비오틱’ 요리에 빠져 다양한 뿌리채소로 아침마다 요리를 해 먹었는데, 우엉을 먹고는 엄청난 디톡스 효과를 본 것이다.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얼굴은 생기가 가득해졌으며, 피부는 광택이 돌았다. 지인들은 최근 들어 얼굴이 좋아졌다며 묘한 의심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우엉은 실제로 꽤나 풍부한 영양소를 지닌 식재료다.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있는 자료에 의하면, 식이섬유의 제왕인 우엉은 배변을 촉진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엉 속 탄닌 성분은 염증을 없애 아토피나 여드름 등 피부 질환에도 도움을 주며, 아르기닌 성분은 뇌를 튼튼하게 해주기도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말이었다. 실제로 효과를 본 당사자가 여기 있으니까. 그때부터 무척이나 열심히 우엉을 먹기 시작했다. 직접 요리할 수 있는 아침은 어떻게든 우엉을 활용하고, 일상에서는 우엉차를 물처럼 마셨다. 그간 시도했던 다양한 우엉 요리들이 있지만 가장 간단한 것은 우엉을 얇게 채썰어(꼭 껍질째 드시길. 껍질에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다) 볶음밥으로 만드는 것이다. 얇게 썬 우엉을 기름 두른 팬에 볶다가 채소와 밥을 넣고 간장, 설탕으로 간하면 끝이다. 살짝 구워 카레 위에 올려 먹거나, 가끔은 발사믹 식초를 뿌린 뒤 샌드위치에 올려 커피와 먹기도 했다. 넉넉하게 조림으로 만들어 반찬으로 먹다가, 가끔 지겨울 땐 김밥 재료로 활용해도 좋았다. 


우엉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란. 가끔 약속이 있는 날에도 우엉에 대한 집착은 여전했다. 심지어 최근 초대받은 친구의 집들이에서는, 초대받은 주제에 남의 집 주방에서 우엉 요리를 했다. 집들이에 와준 이들에게 닭발, 치킨, 족발, 초밥을 푸지게 주문해주었던 친구는 우엉을 볶는 나를 바라보며 한마디했다. “설마 그 나무토막… 먹는 거야?”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타락한 파워 블로거 같은 글이 되었는데, 나는 지금 《빅이슈》에서 약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엉을 드십시오, 여러분. 우엉이 당신의 삶의 질을 높여주리니. 참고로 모든 우엉은 자비로 직접 구매하여 먹고 체험하였음을 밝힙니다.



우엉 디톡스 김밥


재료(2인분)

현미밥 2공기, 김 3~4장, 달걀 4개, 당근 1/2개, 우엉조림 2/3컵, 참기름·소금·깨소금·현미유 적당량씩  


만들기

1  — 현미밥은 볼에 넣고 참기름, 소금, 깨소금을 넣어 섞는다. 조금 짭조름하게 간하는 것이 맛있다. 

2  — 당근은 얇게 채썬 뒤 현미유를 두른 팬에 넣어 살캉살캉하게 볶는다. 소금을 넣어 간한다.  

3  — 달걀은 잘 푼 뒤 소금으로 간하고 현미유를 두른 팬에 부어 달걀말이를 만든다. 완성된 달걀말이는 길게 4등분한다. 

4  — 김에 1을 올려 얇게 편 뒤 우엉조림과 당근, 달걀을 순서대로 올려 만다. 

5  — 적당한 크기로 잘라 완성한다.  



문은정   
잡지사 <메종>의 푸드 & 리빙 에디터이자 
아마추어 아침요리 연구가.


위 글은 빅이슈 2월호 2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켱 ESSAY] "원래 이런 건가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