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mama, you made it!
글 양수복
엄마가 이력서를 쓴다면 특기 란에 뭐라고 쓰게 될까. 자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동안, 눈앞의 집안일과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온 엄마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식들도 안다. “그런 데 관심 없어.”라던 엄마에게도 눈이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엄마의 빛나는 재능을 포착한 자식들은 “세상 사람들, 우리 엄마 좀 보세요!” 하고 SNS로 금손 엄마의 솜씨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써도 좀처럼 엄마의 사진 실력은 늘지 않는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은 차치하고 심령 사진마냥 흔들리거나 초점이 나가기 일쑤다. 아마도 사진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거다. 자고로 사진은 잘 찍는다는 칭찬을 들어야 더 잘 찍고 싶어지기 마련인데, 엄마는 사진에 대한 관심도 욕심도 없고, 고로 매번 도루묵이다. 아무래도 공들여 찍고 싶은 피사체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 생겼다. 어떤 엄마가 찍은 딸의 사진이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엄마는 우산 아래에 서 있거나, 기타를 메고 있는딸의 동화적인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실루엣으로 남은 딸의 모습은 한 폭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뷰파인더를 통해 딸의 모습을 관찰하던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모녀의 즐거운 순간을 상상하며 그만 질투가 나버렸다.
제보자 @yasang17
사진 @yasang17 어머니
미감(美感)은 대물림되는 걸까. 입이 벌어질 만큼 정교한 동양자수를 수놓은 엄마가 있었고, 딸은 이를 병풍으로 만들기로 한다. 8가지 꽃 자수가 한 면씩을 차지한 병풍은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시간이 지나 병풍을 발견한 손녀는 할머니가 수놓고 엄마가 제작한 컬래버레이션 작품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SNS에 이 집안 여자들의 솜씨를 자랑하기로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은 손녀조차 금손 아티스트이기 때문. 신화 속 이미지를 재해석해 스카프와 머플러를 제작한 손녀의 프로젝트미사고블루는 텀블벅 펀딩으로1000%, 2000% 모금액 달성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역시 미감은 대물림되는 게 확실하다.
제보자 장시진
자수 이춘자
병풍 제작 최은주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