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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r 21. 2020

[취향의 발견] 중언부언Ⅱ


글·사진제공 배민영


1. I'm from Seoul, 240×135cm, Instant Film, Mixed Media, 2020


이쯤에서 늘 하던 대로, 새로운 작가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년 전 작가들과 작가 노트 및 서문 쓰기를 고민하던 수업을 열었을 때 만나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는 이원경 작가는 당시에도 내가 “작가님은 참… 앞으로 오랫동안, 제가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는데, 그 예상을 일종의 ‘기대’로 생각했는지 조금도 뒤엎지 않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다가도 “응? 그런가? 잘 모르겠네?”라고 혼잣말로 되물으며 인중을 삐죽거리는 그녀는, 그러나 우리에게 무척 필요한 사람임이 분명하다. 이를테면 <I'm from Seoul>(2017)은 2017년까지 촬영하거나 모은 즉석카메라 사진과 사람들과 주로 온라인으로 교환한 메시지를 콜라주한작품인데, “개인의 시간이 하나의 패턴으로 굳어져가던 시기 그 모양을 주물러 인면조가 산책하는 형상으로 박제했다.”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2. 붕어빵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것, 240×135cm, Instant Film, Mixed Media, 2020


또 <거북이는 죽어서 등껍질을 남기었다.>(2020)에 대해서는 “10년 만에 찾은 모교에서 교내 상징물 중 하나인 백남준 작가의 작품 <거북이>를 마주하고는 불 꺼진 비디오 조각물이 마치 화석처럼 보여 등껍질을 분리해 열어보고자 2007년 우연한 기회로 친구를 따라 유럽의 미술 축제에 다녀왔던 기억을 바탕으로 비슷한 경로를 따라 2017년 기억을 보충하는 사진을 촬영하게 되었고, 이들을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배치하고 박제했다.”라고 작가 노트에 밝혔다.


그런가 하면 ‘붕어빵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것’ (2019)에 대해서는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붕어빵 고양이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믿음직한 당신의 친구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 비슷한 걸 해놓았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생각해본다. 꼭 평론가가 다 알아들어야만 하는가. 예술가에 대해 단선적인 언어 문법을 준거로 그 가치를 재단할 수 있을까? “작업을 끝내고 사인을 하는 순간 평가와 해석, 구입은 어차피 100% 감상자의 몫”이라며 모든 작품을 <무제(Untitled)>로 내놓는 작가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불호하기에 여러 이유를 들어 비판적인 편이지만, 그 취지 자체는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이 그렇듯, 중언부언을 허용하지 않는 세상은 얼마나 척박하겠는가.


 배민영

예술평론가. 갤러리서울, 취향관 등에서 편집장,

전시와 시즌테마 기획 등을 담당했으며,

변화하는 삶에 대해 배우는 자세로 놀듯이 일하고 있다.


시각자료 이원경

구경꾼과 관광객, 관람객의 말을 수집해 시각으로 번역하기,

본 것을 상황으로 전달하기, 보는 시간 기부하기의

가능성을 탐구 중이다. 세상에 펼쳐진 풍경을 느리게 감상하길

선호하며 필름 사진 연작을 주로 생산한다.


위 글은 빅이슈 3월호 2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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