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수복
사진제공. 에스앤코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전파로 이동이 멈췄다. 특히 내한공연이 줄줄이 취소 혹은 연기되는 혼란의 시국에서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팀은 7년 만의 공연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밤 서울에서도, 먼 나라의 어느 극장에서도 공연되고 있을 <오페라의 유령>은 공간을 뛰어넘어 예술로 연결돼 있다는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1986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초연됐다. 동명의원작소설 속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얼굴 없는 지배자 ‘팬텀’, 팬텀의 지도로 프리마돈나가 되는 아름답고 재능있는 무용수 ‘크리스틴’, 크리스틴의 어릴 적 친구이자 극장의 후원자 ‘라울’이 만드는 삼각관계와 서스펜스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과 만나자 한번 보면 결코 잊을수 없는 불멸의 공연으로 재탄생했다.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 팀은 작년 말, 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코로나 바이러스19라는 재앙을예견하지 못했겠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부산에 이어 서울 공연의 막을 열어젖혔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남녀노소 불문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무대에 얌전히 놓여 있던 샹들리에가 천장으로 떠오르자 설렘을 가득 장전한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내용도 넘버도 익숙하지만 무대의 전율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팬텀이 크리스틴을 지하 은거지로 납치하고 극장에 편지를 보내자, 운영진과 프리마돈나 칼롯타, 마담 지리 등 일곱 명의 인물이 우왕좌왕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는 1막의 넘버 ‘Notes’는 늘어선 인물들의 표정과 동작을 동시에 지켜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와 유사하게 가면무도회 장면인 ‘Masquerade’도 화려하게 꾸민 캐스트들이 계단을 빼곡 메우고 군무와 합창으로 시선을 압도한다.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연인 사라 브라이트만을 생각하며 크리스틴의 곡을 썼다. 두 사람은 이혼했지만 “Think of me, think of me fondly when we’ve said goodbye. Remember me, once in a while, please promise me you’ll try (나를 생각해줘요. 사랑스럽게 나를 생각해줘요. 우리가 이별을 말해도 나를 기억해줘요. 잠깐 한 번만이라도 그러겠다고 약속해줘요.)”라는 곡은 남아 흘러간 사랑을 짐작케 한다. 이번 공연의 팬텀을 맡은 배우 조나단 록스머스는 ‘오페라의 유령’ 넘버의 매력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썼으니 얼마나 진심 어린 사랑이 담겨 있을까? 진실된 사랑의 노래이기에 훌륭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극 중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의 사랑은 외모 콤플렉스와 질투로 점철돼 뒤틀린 모양을 띤다. 그러나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없다는창백한 현실을 알고 있고, 예술로서 뒤틀린 사랑의 미를 향유하고자 하는 현대의 관객들에게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유효하고, 훌륭한 길티플레저가 된다.
기간 6월 27일까지
장소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