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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Apr 15. 2020

[양수복의 일상 수복] 나의 당근마켓 입성기


글. 양수복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숨은 뜻에 충실한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작년 ‘올해의 앱’에 선정된 데 이어 현재도 중고거래 앱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기를 타고 SNS 상에는 “한번 빠지면 세간살이 다 내다 팔게 된다.”고 중독성을 경고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사기 당하진 않을까?’, ‘집에 팔게 뭐 있다고?’ 중고거래 회의주의자였던 나는 어떻게 매일 매물을 살피는 ‘당근 마니아’가 된 걸까. 


당근마켓을 접속하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과 경쟁심 때문이었다. 하우스메이트가 당근마켓 앱에 올리겠다며 안 입는 옷 사진을 찍어달라고 카메라를 쥐어주었을 때, ‘당근마켓’이라는 낯선 이름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사진을 찍어주면서도 브랜드도 아닌 이런 중고 옷이 팔리려나 반신반의했는데, 내 눈엔 특별해보이지도 않았던 옷이 금세 판매되는 걸 보자 ‘나도 팔아볼까’ 싶은 경쟁심이 슬며시 들었다. 당근마켓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중고물품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몰라서 새 상품을 올려봤다. 안 쓰는 2020년 다이어리를 반값에 내놓았는데 새해가 3개월이나 지났음에도 사는 사람이 있었다! ‘초심자의 행운’인가 하면서 떨리는 첫 거래장으로 향했다. 설렘 가득했던 첫 직거래 현장은 생각보다 신속하게 끝났다. 물건을 건네자 미리 교환한 계좌번호로 돈이 입금됐다. 1분도 안 되어 거래는 끝났고 돌아서자마자 거래평가 알림이 떴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요.” “친절하고 매너가 좋아요.” 웃으며 인사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 미러> 시즌3의 ‘추락’ 편에서 수시로 타인에게 별점을 매기는 세상 속 좋은 평판에 집착하는 주인공이 생각나 섬뜩했다. (...중략)

 

그리하여 나는 당근마켓에 입성했다. 한번 판매에 성공하자 또 뭘 팔까 온 집안을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뭘 팔고 있는지도 궁금해 수시로 앱에 접속했다. 거래되는 품목들은 다종다양했다. ‘대란템’ 마스크는 판매와 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기념우표처럼 소장 가치가 높은 물건, 명문대 과잠바와 배지 등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앱을 들여다보다 주목하게 된 건 이용자들의 판매 이유다. 중고거래를 하게 된 이유야, 안 쓰거나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동네 사람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이웃 주민의 삶을 상상하게 했다는 건 의외의 성과다. ‘득템’에 성공한 날,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며 왠지 이웃들과 가까워졌다는 착각에 빠졌다. 어쩌면 거래로 말미암아 연결돼 있다는 이 유쾌한 착각이 좋아서 앱을 놓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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