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글. 황소연
<아무도 모른다>에는 선의를 의심하지 못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상호(박훈)의 비서인 두석(신재휘)은, 자신의 목숨을 살린 데에 기여한 상호를 아무 조건 없이 따른다. 희동(태원석)은 심지어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면서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상호의 시중을 든다. 호의와 악의를 맘대로 조절하는 상호는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겐 친절한 아저씨지만, 어느 순간엔 악마다. 가장 착하고 따뜻해 보이는 인물인 은호(안지호)에게 접근하는 상호의 모습은 그래서 너무나 위태롭다. 극 중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곤란한 사건을 벌이는 청소년들보다 더욱 두렵게 다가온다. 어른의 시각에서 ‘사고를 친’ 아이들의 행동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지만, 상호가 어떻게 은호를 변화시킬지는 가늠이 되지 않아서다.
은호를 보호하는 동시에, 거대한 비밀을 파헤쳐야 하는 영진(김서형)은 앞으로 그 변화를 막아야만 한다. 영진은 대답이 없는 은호에게 계속 묻는다. “왜 그곳에 갔니?”, “왜 그 그림을 그렸니? 어디서 본 거니?” 과거 ‘성흔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인 자신의 친구 ‘수정’과 달리, 많이 다치긴 했지만 현재의 친구인 은호는 살아 있다. 수정의 전화를 ‘귀찮아서’ 받지 못한 영진은 자신 때문에 수정이 죽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진은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다. 영진의 질문은 얼핏 사건 해결을 위한 형사로서의 질문 같지만, 제정신으로 살아있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기도 하다.
영진의 기대와는 달리 ‘성흔 연쇄살인사건’은 자신의 마지막 사건이 되지 못하고, 캐면 캘수록 더 심한 악을 발견한다. 신의 이름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성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의 존재는 오리무중에 빠졌고, 폭력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생존하는 것이 목표였던 은호와 동명(윤찬영), 소연(장영남) 등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영진의 일상에 발을 들인다. 영진은 무심한 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들을 구하고자 첫 번째로 나선다.
영진처럼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디고 있는 이들에게 누군가 말한다. ‘범인이 죽었으니 끝내자’,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끝내자.’ 그리고 드러나는 진심, ‘나와 관계가 없으니 끝내자.’ 영진은 자신의 삶을 통해 현실에 질문한다. 정말, 시간은 약인가?
SBS
월·화 저녁 9시 40분
위 글은 빅이슈 4월호 2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