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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May 29. 2020

[서울미감유감] 작은 가게가 좋아


글ㅣ사진. 신지혜     



도시 곳곳에는 자투리를 활용한 가게가 있다. 이런 가게 대부분이 불법으로 공공 영역을 점유한 것이다. 그렇지만 틈새 공간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처음 소개할 유형은 건물과 건물 사이 공지에 지붕을 덮고 들어선 가게이다. 대개 폭은 1~1.5미터 정도이고, 길이는 가게가 필요로 하는 면적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취급 품목은 꽃, 옷, 문구, 열쇠 등 부피가 작은 물건이다. 이 유형의 가게는 양옆 건물이 지속되는 한 유지될 테니 반영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양옆 건물주에게 허락은 받았겠지만, 사용료를 양측 모두에게 내는 걸까 궁금하다.  


두 번째로 소개할 유형은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한 가게이다. 이 유형은 가게 내부가 협소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 있는 상품이 한정된다. 내가 본 가게는 모두 열쇠 가게였다. 열쇠는 100개를 진열해도 한쪽 벽면이면 충분할 테고, 출장을 많이 다니는 열쇠공의 업무 특성상 가게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짧아 작은 공간이 덜 답답할 것 같다. 


이 정도면 설치미술


마지막으로 소개할 유형은 길거리의 작은 가게이다. 보통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지자체에서 설치한 가게가 있다. 과자, 담배, 신문 등을 팔고 교통카드를 충전할 수도 있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는 여의도의 담배 가게이다. 이 가게는 건물의 움푹 들어간 입구 한쪽에 놓였다.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고 바닥에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것 같았다. 


여의도 김밥 텐트는 이른 아침 출근길에만 생기는 일종의 팝업스토어다. 출근 시간이 지나고 인도가 한산해지면, 사장님은 금세 가게를 해체하고 자리를 떠날 것이다. 도시에서는 반영구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공공영역을 점유한 상행위가 벌어진다. 물론 대부분이 불법 점유이고 작은 가게들이 사라진 거리는 질서정연하겠지만, 활력도 재미도 함께 사라질 것 같다.      


신지혜 

아빠가 지은 집에서 태어나 열두 번째 집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한다. <0,0,0>과 <건축의 모양들 지붕편>을 독립출판으로 펴냈고, <최초의 집>을 썼다. 건축을 좋아하고, 건축이 가진 사연은 더 좋아한다. 언젠가 서울의 기괴한 건물을 사진으로 모아 책을 만들고 싶다. 건축 외에는 춤과 책을 좋아한다.           


위 글은 빅이슈 5월호 2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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