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Jun 15. 2020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걸어서 문도 속으로


글. 조은식 

사진. 이규연



독일의 뮌히하우젠 남작은 늪에 빠졌을 때 자신의 머리끄덩이를 스스로 붙잡아 올려 탈출했다고 해요. 어떤 곤경은 빠져나가려면 외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것도 그중 하나겠지요. 저는 가끔 거대한 생각 뭉치로 이루어진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는 해요. 고맙게도 제가 방황할 때마다 힘든 과정은 표류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것을 알려준 친구가 문정입니다. 오늘은 고민 끝에 드디어 자취를 시작했다는 내 친구 문정이의 집을 찾았습니다.



1회 - 우정이 살아 숨 쉬는 추억의 섬, 문도

Q. 우리가 영화 모임에서 처음 만난 게 문정이가 스무 살 때잖아. 근데 올해로 문정이가 스물 셋이 되었네. 이제는 단순히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 같아서 좋아. 

A. 친구지 그럼 뭐야, 피붙이야? (웃음) 아, 같이 영화 현장에서 일할 때 어느 배우가 우리 둘 눈매가 닮았다고 했잖아, 선해 보이는 눈이라면서. 그때 ‘친오빠다!’ 하면서 장난했었지. 내게 친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야. 무척 소중해. 가족만큼 소중한 것 같아.


Q. 생각해보면 우리 재밌는 일을 참 많이 했다.  대부분 즉흥적이었네.

A. 영화제는 티켓도 간신히 구했잖아. 나는 다음 날 학교에 가야 해서 당일치기였고. 공연 보며 울고, 그 연주에 압도당해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2회 - 문도, 23년의 역사 그리고 3개월의 희망

Q. 도예과라고 했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한다고 하던데, 미술 분야는 실습을 해야 하지 않아?

A. 학교에서 크게 작업할 것을 집에서 작게 모델링 하는 정도로 진행하고 있어. 그런데 의욕이 생기지 않아. 대면 강의를 들을 때 필기는 노트에 하는 편이라 노트북을 잘 쓰지 않았는데, 그래서 온라인 강의가 낯설고 이상해.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시설도 다 문을 닫았어. 어제도 집에서 작업하느라 집이 완전 난장판이었어.



Q. 자취는 처음 하는 건데, 살아보니 어때?

A. 올해 2월 말에 이사 왔으니 이제 석 달 정도 되었지. 처음엔 낯설었는데 집이랑 금방 친해졌어. (중략)

당연히 본가가 더 깨끗하고 편안하겠지만, 본가에서 살 때는 집에 있어도 집에 있는 것 같지 않아서 방도 꾸미고 살지 않았거든. 이제는 내 공간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아.



3회 - 안녕을 약속한 낙원, 문도


마을버스를 타면 기사들이 맞은편에서 오는 또 다른 마을버스 기사와 서로 손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제 문도와 저는 그런 관계에 접어든 것 같아요. 비슷한 궤도를 돌며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손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고민하며 살지만, 무엇보다 존재해줘서 고마워요. 문도는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