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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n 25. 2020

[취향의 발견] Portrait of Black


글. 배민영

사진 제공. 김성수     


Buste-boy, 70×50cm, Inkjet Print, 2019


미니애폴리스 경찰관이 ‘목 누르기’ 체포 방법으로 무고한 시민 조지 플로이드를 치사, 아니 살해한 사건으로 미국과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어릴 때 뉴스의 LA 폭동 관련 특보에서 코리아타운의 상점을 부수는 흑인들을 보며 미국으로 이민 간 이모의 안전을 걱정했던 기억은 한동안 흑인에 대한 공포로 남아 있었고, 훗날 문학으로는 박범신의 소설 <나마스테>를 읽고, 사회학으로는 ‘중간 소수민족(middleman minority)’ 개념을 배운 다음에야 죄를 따진다면 이중적인 백인 주류 사회의 정치 전략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직접 인종차별을 당하거나 목격한 경험이 적어 우리 사회 내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유의미한 행동에 동참한 적이 없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한다. (중략)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색, 블랙

블랙. 우리말로는 ‘검정’ 혹은 ‘검은색’. 흰색, 회색과 함께 세 개의 무채색 중 하나이며, 그 안에 레드만 포인트로 살짝 넣어도 프라다, 아이팟 U2 에디션, 라이카 등 세련되고 스마트한 디자인으로 추앙받기 좋은 하나의 브랜딩 문법이 된다. 레드 없이도 ‘블랙 라벨’이 여기저기서 프리미엄 라인으로 정해지자 신라면도 ‘블랙’을 달고 나온 바 있지 않은가. 이브 생 로랑과 도나 카란이 사랑해 마지않았고, 남성 중심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코코 샤넬이 앞세운 색이기도 한 블랙. 빛이 있기 전에 이미 있었다는 ‘태초의 색’ 블랙은 ‘흑인’이라는 인종 구분 탓에 어쩌면 모든 색을 통틀어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색이기도 하다.


소외받아도 되는 색은 없다

천부인권은 인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만, 혼탁한 세상은 인간에 대한 환멸을 낳기도 하고 그 여파는 엉뚱한 계급에 대한 혐오와 인종 청소를 추동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인류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고발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컬러의 시대에 우리는 지나간 ‘검정의 초상’을 보며 지난 과오와 나아가야 할 길을 바로잡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흑백사진은 그 자체로 과거의 그림자를 드리운 기록으로서 기억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기술의 발달사에 따른 순서이기도 하지만, 장비의 열악함과 위험 속에서도 현장을 최대한 잡아내려고 한 사람이들이 있었기에 검정의 힘은 크고도 놀랍다. (중략)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김성수 작가는 위 사진집에 이름을 올린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로, ‘Tree’, ‘CF’ 시리즈 등을 통해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사물과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MoPS)에서 열리는 <Portfolio View Review>展(6월 12일 ~ 8월 9일)에서 선보이는 ‘Buste’ 연작은 생명의 유한성과 기억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주제로 한 작업이다. 이 작업은 내가 생각하는 ‘검은 초상’의 개념을 가장 철학적으로 보여준다. 죽음 앞에 인간은 평등하며, 욕망은 역설적이게도 겸손이 미덕임을 더욱 분명히 한다. 검은 얼굴을 가졌다는 이유로 죽음과 가깝게 살아도 된다고 방치되는 다수의 침묵에 새로운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힘은 #blacklivesmatter로만 작동하는 것은 아닐 터다. 우리가 서로의 유한한 생명과 경쟁의 소란 뒤에 짓밟히고 있는 숨 쉬게 해달라는 고통의 목소리를 들으려 할 때 검은색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소외받아도 되는 색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배민영

예술평론가. 갤러리서울, 취향관 등에서 편집장, 전시 및 시즌 테마 기획 등을 담당했으며, 변화하는 삶을 배우는 자세로 놀듯이 일하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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