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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n 24. 2020

상상해 봤어,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사진. 황소연      


*이 에세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잦아든 이후 2022년 발리로 떠난 여행자의 미래를 상상해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여행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인도네시아 발리 덴파사르 국제공항에 착륙하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2022년의 어느 날, 꿈속에서만 그리는 인생 두 번째 발리 여행기. 과몰입 주의!     


백신도 없고, 확진자만 나날이 늘어가던 2020년 5월. 3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온 것이 인생 마지막 해외여행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원한다면 앱으로 언제든 비행기표를 알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계획을 세우고 티켓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단 티켓 값을 치른 후 뒷일을 생각하는 것은 이미 한국인의 레저 생활 아닌가. 인도네시아를 다룬 여행 예능 프로를 정주행 하면서 두 번째 발리 방문의 꿈을 키웠다.


오랜만에 맞는 공항의 공기는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다. 참았던 여행을 떠나기 위한 사람들로 넓은 공항은 정신이 없었다. 다들 들떠 보이고, 흥분 상태 같기도 하다. 영미권보다는 가까운 아시아로 떠나는 사람들이 폭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없지만, 질병관리본부 소속 공무원들과 공항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두세 명씩 팀을 이뤄 공항을 돌아다니면서 에탄올 손소독제 구비 상태를 점검했다. 캐리어를 끈 여행객들이 자진해서 발열 체크를 받는 모습도 보였다. (중략)


지구상 어디든 손 씻기는 일상

우여곡절 끝에 다시 방문한 발리. 그중 가장 그리웠던 꾸따 비치의 바닷속을 한참 헤엄쳤다. 수영은 못 하지만 여러 사람과 물과 공기를 공유한다는 것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바이러스 유행 이후 그렇게 좋아하는 목욕탕도 못 갔다. 길 곳곳엔 마스크를 습관적으로 착용한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지만, 바닷가는 달랐다. 저마다 서핑과 바다 수영을 즐기고, 모래사장에서 몸을 부딪치는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중략)



저녁 식사를 하러가는 길의 골목은 3년 전처럼 활기가 넘쳤다. 색색의 열대과실, 전통 의상, 길거리 음식, 자석이나 드림캐처를 파는 가게…. 그동안 팔지 못한 한을 풀듯 물건들로 빽빽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목소리들로 소란했다. 바닥 곳곳엔 빛바랜 사각 테두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칠해져 있다. 오래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간격 설정의 흔적이다. 이젠 대부분의 가게가 간격 없이 붙어 있지만 드문드문 거리를 둔 노점도 있다. (중략)



여행 마지막 날엔 첫 발리 여행 기념품이었던 라탄 가방 공방을 다시 찾았다. 손을 씻고 입장해달라는 팻말 말고는 모두 그대로다. 기둥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가방과 나무를 훈연하는 냄새와 연기가 고즈넉한 마당을 채웠다. 계산도, 이동도 웬만하면 비접촉・비대면으로 대체하는 도시와 다르게 발리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맨손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 가방 문양을 짜내는 장면을 만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다면, 인간의 손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풍경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었을까.


위 글은 빅이슈 6월호 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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