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l 일러스트. 신지혜
며칠 전 아침 산책에서 어린 구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목욕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봄에 태어나 얼룩덜룩하던 베이비 구스(고슬링)들이 어느새 목이 길어지고, 제가 키웠던 토끼 둥이처럼 하얀 턱을 가진 데다가 날개도 우람해져서 몸집만 작을 뿐 이미 성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새끼의 모습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나 모르게 자랐을까, 퍽 섭섭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새끼 구스들이 열심히 풀을 뜯거나 수면 위에서 어미 뒤를 따라 너도 나도 물결을 만드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계절을 기억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래도 외양이 A에서 B가 아닌 X 정도로 갑자기 뛰어넘을 때까지 그사이의 변화를 놓친 건 한낱 인간인 저인데, 왜 아쉬운 게 아니라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먼 곳으로 나가 살게 된 저를 보며 느끼는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런 짐작에 잠시 감상에 빠졌지만 새끼들이 어미 곁에 있는 시간은 그저 홀로서기를 위한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을 제 앞에 있는 자연이 실시간 라이브로 보여주고 있기에, 저의 독립도 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혹여나 섭섭해할 엄마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겠지요. 대신 이 단호한 마침표 뒤에는 감사하는 마음이 따라붙어 있어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