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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l 02. 2020

[에디토리얼] 자화자찬은 싫지만…


편집장. 김송희



10주년 특집호를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점은 ‘자화자찬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10년이 됐다는 게 빅이슈라는 회사에게는 축하할 일이지만 그 내용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면 독자 입장에서는 재미없는 특집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빅이슈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주는 독자에게는 10주년 스페셜 기사가 궁금한 내용일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남의 회사 자랑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그 독자에게는 그 페이지들이 의미 없이 넘기는 내용이 되잖아요. 사실 마음 같아선 10주년 특집과 다른 내용의 스페셜 기사를 함께 준비하고 싶었는데 그건…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저도 저이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낸 결론이 빅이슈라는 잡지 내부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10년 동안 빅이슈가 빅이슈일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 그리고 그 도움으로 가져온 유의미한 변화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기획 방향을 정했습니다. 잡지는 내일 인쇄에 들어가니 이제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겨야겠지요.


그동안 의식적으로라도 빅이슈에 대해서는 잡지 안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습니다. 너무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게 낯간지럽기도 하고, 대중문화 잡지로서 분량 안에서 빅이슈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읽을 만한 것들을 넣고 싶었거든요. ‘의미가 좋아서 샀는데, 내용이 없다.’는 게 제일 듣기 싫은 얘기라서, 괜히 혼자 검열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빅이슈의 10년의 기록과 빅이슈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들, 독자 대담, 도움을 받는 위치에 있다가 이제는 본인이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 곽창갑 빅판을 소개하면서 때론 이런 자화자찬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빅이슈라는 회사의 발자취를 더듬는 게 아니라, 고난 속에서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계속 버틸 수 있게 응원했던 사람들, 두려움을 딛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면서 무너지지 않았던 강인한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인 거니까, 일반 독자에게도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제가 특히 감동받았던 문영수 빅판의 ‘말’을 소개하면서 마칠게요. “지금 힘들다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안 하면 힘들게 느껴지지 않잖아요.” 어디서 많이 들은 말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 산다>에 나온 유노윤호 씨도 비슷한 말을 했어요. “슬럼프가 오는 건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라고. 아, 그리고 이번 호 커버를 장식해준 아름다운 임시완 씨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판매원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사람들과 눈 맞추고 배려하는 모습에 저는 심장을 부여잡고 말았습니다. 더 쓰다간 팬레터가 될 것 같으니 나머지 ‘푼수짓’은 개인 SNS에서 하는 걸로 하고 이만 마칠게요.


큰 시련을 딛고 일어난 판매원 한 명 한 명이 모여서 빅이슈의 10년이 되었고, 힘듦을 버티고 있는 사람을 길에서 만났을 때 잡지를 구매하고 응원해주신 독자분들이 있어서 10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들을 잊지 않는 빅이슈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위 글은 빅이슈 7월호 2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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