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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l 16. 2020

[TV] 구의원 후보의 ‘근자감’

KBS <출사표>


글. 황소연

사진. <출사표> 캡처     



엄마가 만든 빚더미에 허덕이고, 갑자기 부당해고 되는 슬픔을 겪는 세라(나나)의 시작은 갑갑하다. 많은 인생 역전 드라마가 그렇듯 <출사표>의 주인공도 무시의 대상이다. 각종 자격증으로 급하게 일에 투입되었을 때도 본전치기일 뿐이다. ‘할수있당’이라는 당 이름도 구슬프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긴 해도, 구의원 출마는 뜬금없다. 


누구보다 불만이 많은 세라는 유권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까. 드라마의 출발에 힘을 싣는 건 구세라의 성별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같은 유세 인사도 솔깃하지만, ‘슈퍼우먼 방지법’이나 ‘애데렐라’를 위한 공약이 구세라 선거 캠프 전략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마수걸이를 여자 손님으로 시작해 재수 없다고 말하는 사장님, 큰일은 남자에게 맡기자는 할아버지, 새신랑이 되는 동료에게 밀려 해고된 워킹맘. 왜 스물아홉 여자가 구의원에 출마하는지, 그 이유를 현실이 설명한다. 


좋은 정치는 약자를 팔아넘기는 업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문제 제기가 쌓이고 쌓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세라는 말한다. 꾸준한 민원 제기가 ‘진상’이 아니라는 점, 그 특유의 불만스러움을 선거 스펙으로 이용해버리는 세라의 전략은 통쾌하다. “네가 무슨 정치를 한다고?”라는 빈정거림에 대한 세라의 대답은, 그가 기록해온 민원 일기장이다. 근거가 아예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궁금한 건 세라의 당선 이후 사람들의 반응이다. 구의원이 되면 공상에 빠진, 낭만적인, 현실감각 없다고 평가받은 세라의 과거는 없었던 일이 될까. 정치인이 된 세라가 갑자기 ‘대접’ 받는 풍경은, 그가 가장 바라지 않는 반응 아닐까. 어떻게든 금배지 달 테니, 함께 발버둥 쳐보자는 다짐은 믿음직스럽다. 공정함을 추구하는 마음과 이기적인 마음이 정치인에게 공존할 수 있을까? 다 마신 캔 하나 함부로 버리지 못하는, 자신 대신 누군가 해고되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하는 세라에게는 가능하다.


KBS 2TV 수, 목 9시 30분


위 글은 빅이슈 7월호 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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