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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ul 30. 2020

[취향의 발견] Living on a prayer

작가란 무엇일까


글. 배민영

사진제공. 리나 박     


2020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그리고 7월도 절반이 지나갔다. 봄보다는 전시가 늘었지만 시각예술계는 다른 어느 해보다 춥다. 물론 온라인을 활용한 가상 전시와 도슨트, 그리고 작가들의 직거래로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기는 하다. 20~30대의 성향도 10년 전과 비교할 때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이 늘었다. 이들이 점차 실구매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면 지금은 SNS에 올리기만 해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이 와중에 예술인들도 노동자의 한 유형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제도가 마련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다행스럽다. 얼마 전에는 신진 작가 지원을 받게 된 한 지인이 갤러리 측과 전시 계획을 조율하고 계약하는 자리에 동석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서울문화재단이 내년까지로 연장해놓은 전시 가능 일자 안에서 달력을 넘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날의 분위기가 자못 묘했다.  



작가란 무엇일까? 혹자는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작가라고 하며, 필자 역시 이 주장에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직역하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더 나아가 물리적 공정 이전에 자신만의 생각을 추상과 구체를 모두 사용해 표현한다는 의미에서 ‘예술가인 작가’는 각자의 개인성이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이 개인성이 공감이라는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범주의 보편성을 획득해갈 때 작가는 스스로 작가라고 확신하게 된다. (중략) 평론하는 사람들도 작가를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 아니,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사를 위한 인터뷰, 전시를 위한 서문, 도록이나 회고전을 위한 작가론 순으로 점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몇 달에 한 번씩 전시장에 들르고, 제법 안다고 생각했어도 대화를 더 많이 나눠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절감하는데, 작품 성향이 계속 바뀌는 작가, 작품의 느낌은 구체적인데 알고 보니 엄청난 사연이 숨어 있는 작가, 일반적으로 추상화라고 하는 영역을 주로 그리는 작가가 대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오늘 소개하는 리나 박(Rina Jihyeon Park) 작가는 셋째 유형에 속하는데, 2년 반 전 전시 서문을 쓰기 위해 그녀를 인터뷰할 당시만 해도 작품 하나하나의 개인적인 동기를 놓치지 않고 잘 듣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후 이따금 전시를 관람하거나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색감과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느끼는 애착을 알게 된 터여서 작품을 더욱 직관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에 자신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개인전에 다녀오면서도 작가가 얼마나 작품에 집념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제’(이후 <Mellow>로 이름 지어졌다.)라는 작품은 전시 전날까지 그렸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포함하지 않은 신작들은 곧 열리는 다른 전시에서 선보인다고 하는데, 겹겹이 쌓아 올린 감정의 레이어들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말을 걸어온 시간을 반영하기에 눈앞에서 실물을 봤을 때 더욱 공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이런 말을 거는 과정을 ‘기도’하는 행위에 비유한다. 이는 비움의 행위인 ‘명상’과는 다르다. 물론, 특정 종교를 떠나 기도는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그것에 대해 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특유의 관계가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너를 많이 사랑하는가 보다(I think I love you a lot)>는 작가가 작업하며 통과해온 시간 속에서 때로는 지치면서도 놓지 않는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색이 좋아서 그린 추상> 시리즈나 <추상파편>, <Relationship> 등 바로 이름 붙이지 않고 깊이 고민해 만든 연작들은 작가의 삶이 색과 추상적 형태에 반영된 느낌을 펼쳐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꼭 알리고 싶던 작가를 전시에 맞춰 지면에 소개하니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분당 N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이 좀 더 연장되기를 바라지만, 혹여 그러지 못하더라도 올해 하반기에 여러 공간에서 전시와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라니 여러분이 리나 박 작가의 작품에 더욱 공감하고 그림을 매개로 작가와 대화할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족으로 작가가 작업을 하며 갖게 되는 태도가 ‘기도’에 가깝다고 해서 차용한 존 본 조비의 대표 곡 ‘Living on a prayer’는 당시 미국의 노동자 커플 남녀가 사랑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계보를 이으려는 본 조비의 ‘큰 그림’에 뼈대가 된다고 할 수도 있는데, 가사 중 다음 대목은 커플이 아닌 작가와 작업, 또는 작가와 예술 향유자들의 관계로 치환해도 좋을 것 같아 남겨둔다.     


We’ve got each other and that’s a lot.

우리에겐 서로가 있고 그게 중요해.          


배민영

예술평론가. 갤러리서울, 취향관 등에서 편집장, 시즌 테마 및 전시 기획을 담당했다. 아티스트들과 어우러지며 변화하는 삶을 배우는 자세로 놀듯이 일하고 있다.


위 글은 빅이슈 7월호 2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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