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퀴리>
글. 양수복
사진제공. ㈜라이브
폴란드 태생의 이민자 여성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의 삶을 다룬 팩션 뮤지컬 <마리 퀴리>가 돌아왔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프로그램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이 뮤지컬은 트라이아웃 버전을 정비한 초연에 이어 지난 7월 말부터 서사가 보강된 재연을 올리며 ‘연뮤덕’들을 ‘라듐 파라다이스’(극 중 넘버)로 이끈다.
<마리 퀴리>는 여성서사극에 목마른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한다. 노벨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음에도 여성이라서, 이민자라서 프랑스 화학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했던 과학자 마리 퀴리의 업적을 재인식시킨다는 큰 틀부터 그렇고, 라듐 속 방사능 성분에 대한 마리의 고뇌를 강조하기 위해 라듐의 위해성을 고발하는 라듐 공장 직공 안느 코발스키를 주연급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극은 노쇠한 마리의 딸 이렌이 죽음을 앞두고도 연구에만 몰두하는 어머니의 인생을 궁금해하며 과거로 돌아가는 형식으로 시작한다. 과거 회상의 첫 장면에서 비춰지는 건 마리와 안느의 만남이다. 마리는 폴란드에서 소르본 대학으로 가는 열차에서, 폴란드인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다 같은 폴란드 출신 안느의 도움을 받는다. 과학자와 공장 직공, 너무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새 터전인 프랑스에서 여성 이민자로서, 노동자로서 멸시당하는 일이 반복되어도 역경에 맞서고,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서로를 위로한다.
물론 마리 퀴리가 라듐 공장 노동자와 교류했다는 건 팩션이다. 1920년대 초중반까지 미국의 시계 회사에선 스스로 빛을 발하는 라듐의 성질을 이용해 밤에도 시계를 볼 수 있다고 시곗바늘에 라듐을 칠하곤 했는데, 붓에 라듐을 찍어 바르기 위해 붓 끝을 입으로 모으다 피폭된 ‘라듐 소녀’들은 이빨과 머리카락이 빠져 죽어갔다고 한다. 1925년, 노동자들은 회사에 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는 증거를 조작하고 재판을 질질 끌었다. 라듐걸스가 승소하기까지는 14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자신도 오랜 라듐 연구로 피폭된 마리는 1934년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등으로 사망했다.
팩션 뮤지컬 <마리 퀴리>는 피폭이라는 생명윤리의 문제와 마주하며 무너지는 마리의 모습을 한 차례 보여주고, 안느로 대표되는 피폭자와 연대하고 문제 해결을 다짐하는 마리의 모습을 강조하며 희망을 제시한다. 픽션과 팩션의 줄타기는 성공적으로 병합되고 극장을 넘어 자주 노동자의 건강권이 경시되곤 하는 현실에서의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기억에 남는 넘버는 사망한 공장 직공들의 외침을 담은 넘버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와 마리와 안느가 연대하는 듀엣 ‘그댄 내게 별’이다.
기간 9월 27일까지
장소 서울 홍익대 아트센터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