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송희
요즘은 매일 지고 있는 경기에 나가는 기분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이미 제가 질 거란 사실을 알고 있어요. 나가봤자 무참히 얻어터지고 패배할 거란 걸 알지만 링 위에 서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매일 경기에 나가는 거죠. 이렇게 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해보면 무승부라도 나오지 않을까. 이런저런 시도를 꾀해보지만, 상대는 끄떡도 없습니다. 새로운 작전을 짜고 시도를 해도 어차피 지는 경기라, 갈수록 어떤 도전도 해보고 싶지 않아집니다. 해봤자 어차피 안 될 거, 노력해서 뭐해… 싶어지는 거죠.
예전에 <링>(2012)이라는 영화의 감독과 주인공 박현성 코치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다들 아시는 그 공포영화 <링>이 아니라 복싱의 ‘링’이 배경인 다큐멘터리 영화였어요. 올림픽 유망주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복서였지만 두 번이나 올림픽 출전 문턱에서 좌절하고 결국 폭력조직에 가담했다가 분신자살까지 시도했던 불운한 복서인 박현성 관장이 재기해 지도자로서 여성 복서 박주영 선수를 키우는 내용이었죠. 코치와 선수, 두 사람 다 고집이 세고 승부욕이 엄청나서 링 밖에서의 신경전과 링 위에서의 경기 모두 흥미진진했던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지금은 제가 썼던 인터뷰 기사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박현성 관장을 1년 넘게 쫓아다니며 카메라에 담았던 이진혁 감독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도 아니고, 유명한 복서도 아니고 심지어 분신자살까지 시도해서 온몸에 화상 자국이 남은, 말도 험하고 행동도 거친 이 사람을 찍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서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볼 때, 박현성 관장님은 이 게임에서 진다는 걸 알면서도 링 위에 올라가는 사람이었어요. 질 걸 알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요.”
우리는 다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어요. 누구도 질 걸 알면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진 않을 거예요. 거기다 그냥 지는 것도 아니고 얻어터지고 멍까지 남잖아요. 이렇게 해보면 잘될까, 저렇게 해보면 판매가 잘되지 않을까,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잘 안 되는 것 같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판매의 어려움까지 나의 불운함으로 여겨질 때, 이제 좀 나아지려나 싶었더니 다시 극심해진 코로나 위급 상황에서 저도 링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듭니다. 어차피 질 게 뻔한 싸움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삶이라는 링 위에 올라가야겠죠. 매일 거리에서, 회사에서, 병원에서… 버텨야 하는 우리를 응원합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요. 이기지 못할지라도, 버티는 사람만이 결국 내 길 위에 살아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