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김송희
연말마다 발간되는 각종 ‘트렌드 예측’ 서적들은 막상 읽어보면 올해의 트렌드를 짚어주는 내용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미래라는 건 결국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예측하는 것이고, 올해 이런 것들이 유행했으니 내년에는 그 영향으로 이런 트렌드가 올 것, 이라고 귀결되는 것이죠. 기상청의 통보관을 만나서 “기상청 예측은왜 이렇게 잘 틀리나요? ‘구라청’이라는 오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저는 기상이라는 것이 고도의 기술로 하늘 위 상황을 분석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기상 역시 작년, 재작년, 10년, 20년 등 과거 동기간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런데 기후위기 때문에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날씨를 예측하는 것에 오차 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절머리 나는 지점은 바로 이 불확실성과 비선형성 같습니다. 미래학자들이 손꼽던 미래 성장산업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률까지 이제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할 수가 없게 되었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 대비할 수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무서운 일입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모든 뉴스들이 참혹하지만, 그중 가장 저를 우울케 한 뉴스는 코로나 블루로 인해 2030 여성의 자살이 급증했다는 뉴스였습 니다. 작년 대비 자살자의 수치는 비슷하지만 그중 소득분위 하위계층인 2030 여성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수치가 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역시 고용안정성이 불안하고 주거취약계층인 여성이기에 해당 기사 내용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사회 안전망 안에 편입됐다는 안도감과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이 언제쯤 가능할지, 미래가 아득하기만 할 때 안 좋은 생각들은 뭉게구름처럼 불어납니다. 경제적 자립과 주거의 안정성은 불안감을 떨쳐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고 그 다음이 바로 ‘연결감’입니다. 내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게 해주는 누군가의 메시지, 흐리게 내보내는 부정적인 신호를 캐치하고 달려와줄 한 사람만 있어도 고독함을 덜어낼 수 있을 겁니다.
이 지독한 단절 속에서 어떻게 하면 일상에 재미를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저도, 빅이슈도 계속 고민해야 하겠지요. 이 잡지를 읽는 시간만큼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