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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Sep 17. 2020

[스페셜] 스트리밍 서비스 파먹기

I MISS YOU영화<먼 훗날 우리>


글. 강리리 

사진. 넷플릭스 캡처


밤 9시 이후, 갈 곳 잃은 발길이 어색하다면? 단골집 야식을 포장해 집에서 아래 콘텐츠를 재생해보는건 어떨까. 코로나19가 존재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드라마와 영화들도 좋다. ‘냉장고 파먹기’에서 힌트를 얻어, 스트리밍 서비스 속 숨은 명작을 발굴해보자.



애인이던 그와 헤어진 지 3개월이 넘었다. 비자를 갱신하러 중국에서 한국에 온 지 8개월이 되어가니까 우리는 어쩌면 헤어진 지 8개월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중국 정부의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 탓에 입국할수 없게 됐고, 내 중국 취업 계획도 흐지부지됐다. 그리움과 아쉬움을 한꺼번에 삼킨 탓에 나는 체하고 말았다. 한번 체하고 나면 그 음식이 꺼려지듯, 나는 중국 노래와 영화, 심지어 공부하던 중국어마저 마주할수 없었다. 우리가 헤어진 후 나는 꽤 오랫동안 그를 생각했다. 이 사실을 안다면 그 역시 궁금했을 것이다. ‘아직도 그리워하니?’


하지만 다행히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를 아직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그에게 숨기느라 침대 모퉁이에 앉아 신나게 <카트라이더>를 하고, 밤엔 술을 마시지 않았으며, 머릿속이 그로 꽉 차 잠들기가 두려울 땐넷플릭스와 밤을 새우곤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며 애인과도 잠시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묵은 체증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중국어를 공부하고 중국 노래를 들으며 가장 좋아한 중국 영화를 다시 보았다. 원제 ‘后来的我们’, 넷플릭스에서는 <먼 훗날 우리>로 번역된 이 영화에서 주인공 팡샤오샤오(주동우)는 다시 만난 옛 애인 린젠칭(정백연)에게 “I miss you.”라고 말한다. 린젠칭은 “나도 보고 싶었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팡샤오샤오는 “아니, 나는 너를 놓쳤어.”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나는 그녀의 아쉬움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움이 아쉬움이 된 걸까. 그 아쉬움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예민하게 굴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로 나는 아쉬움에 예민해졌다. 나중에 해야지 했던 일들의 ‘나중에’가 없어진 요즘 나는 아쉬움 없이 살기를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팡샤오샤오와 린젠칭이 우연히 기차에서, 비행기에서 마주쳤듯이 나도 언젠가 너를 비행기에서 마주치고 싶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마스크 따윈 끼지 않은 채.


위 글은 빅이슈 9월호 2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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