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카라 동물영화제
동물학대는 우리 사회구조 속에서 무척 굳세게 진행된다. 공장식 축산에서 착취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닭과 돼지, 소의 ‘권리’에 대해 말하려면 숱한 톤 폴리싱부터 마주해야 한다. 야생동물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없는지,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체험동물원도 규제할 길이 멀다. 반려동물과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는 말할 것조차 없다. 동물학대는 시간과 장소, 주체를 가리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진행되고 있다. 당신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얼이 빠질 정도로 끔찍한 학대와 말살이 일어나는 세상, 카라는 올해 세 번째로 동물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제3회 카라 동물영화제’ (3rd KARA Animal Film Festival, 이하 KAFF) 의 슬로건은 ‘우리는 (인간) 동물이다’로 정했다.
인간은 동물을 규정한다. 어떤 종은 사랑하고, 어떤 종은 먹고, 어떤 종은 보호하고, 어떤 종은 말살시킨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사실을 잊고 있다.‘인간은 동물이다. 우리는 인간동물이다.’라는 분명하고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갇힌) 동물이다.
우리는 (전염시키는) 동물이다.
우리는 (멸종하는) 동물이다.
팬데믹에 ‘갇힌’ 인간들이, 비인간동물에게 얼마나 ‘유해’한지 들춰낸 적이 있는가. 인간동물의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전염’시키고, 결국엔 인류세를 만들어 ‘멸종’의 시간으로 질주하는 우리, 인간동물의 모습을 스스로 비춰본 적이 있는가.
괄호 안의 단어들은 인간이 동물을 규정할 때 사용한 말이다. 하지만 인간동물에게도 적용 가능한 말이고, 인간동물에게 가장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끔찍한 일이 너무 많은 세상에서 동물영화제를 한다는 의미는 특별하다. 누군가는 안온하게 영화나 볼 때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물에 관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기반으로 냉철하게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대안을 찾고, 결국엔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데까지 다다르고자 한다. 팬데믹에 갇히고, 모든 종의 동물들에게 유해한 동물로서,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대를 하기 위해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환경과 생명 이슈가 있다. 부드럽고도 심각한 권유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
김나연/ 털동생을 먹여 살리는 중.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