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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Jan 27. 2021

나이

1월에 두 권의 잡지를 만들지만 저에게는 1월 1일에 발행되는 잡지보다는 1월 15일에 발행되는 호가 진짜 신년호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1월 1일 호는 전년도 12월 초부터 기획하고 마감을 준비하기 때문이겠죠. 작년 1월 호를 살펴보니 작년에도 새해의 각오와 작게라도 목표를 세워 차근히 무언가를 해보는 일에 대해 소개했더라고요. 물론, 새해에는 목표를 세워 무조건 뭐라도 해내라고 채찍질하는 기사 따위, 저희는 쓰지 못합니다. 편집장을 비롯한 기자들부터가 그런 사람들이 못 되어서요. 

작년에도 에디토리얼에 쓴 것 같은데 저는 사실 새해가 되었다고 해서 계획 따위를 세우지 않은 지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어차피 다이어리에 ‘To do list’를 써봤자 저의 게으름병이 하루아침에 치료될 리 없고, 망한 후에 흔적으로만 남은 계획표를 보고 자괴감만 깊어지니 ‘나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획을 세우질 않게 된 거죠. 하지만 얼마 전 누군가 SNS에 ‘100일만 해보기’를 시작한 걸 보니 왠지 저도 노력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진짜 새해는 음력 1월 1일부터니까 그때 이후에나 해볼까 합니다. 

출처: Unsplash

사람들은 다들 현재의 내가 가장 나이 들었다고 생각해요. TV에 나오는 누군가와 비교해, 나이에 비해 해둔 게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호주에서 ‘사막 투어’를 한 적이 있어요. 투어에 동행하게 된 가이드와 한 대학생과 대화를 나누다가 멋쩍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두 사람 다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를 찾은 사람들이라 한 사람은 스물여덟 살, 한 사람은 스물세 살이었어요. 그런데 둘 다 입을 모아 나이가 많아 고민이라는 거예요. 그때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겼던 저는 입을 조개처럼 꾹 다물고 속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둘 다 너무 어려요. 애기야, 애기. 흑흑.’ 두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사회 분위기 때문이겠죠. 

출처: Unsplash


그러고 보니 30대 초반까지 조직에서 막내로 있어서인지 나이 먹는 데에도 좀 무딘 편입니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린 것을 찬양하는 문화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요. 물론 어릴수록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펼쳐지고 남은 시간이 많은 게 현실이지만요. 스스로 나이를 의식할수록 어떤 틀에 자신을 가두게 되는 걸 수도 있습니다. 나이에 따라 더 성숙한 태도와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 나이’보다는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쌓아온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해야 할 선택과 새로운 앎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최근에 SNS에서 본 글 중에 기분 좋았던 글을 공유하고 끝맺을게요. 나이 들어서 못 할 일은 키즈 모델밖에 없다. 


글/ 김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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