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빅이슈코리아 Apr 27. 2021

I SEE YOU

Editorial. 이 페이지의 장점은 잡지 맨 앞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대개 관성적으로 맨 앞부터 책을 보거나 목차만 훑어서 관심 가는 페이지를 보거나 하니까요. 쓰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읽다가 참 좋아서, 이걸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좋겠다 싶은 글이 있기 마련이라 에디토리얼에서 매호의 그런 내용을 소개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먼저 이번 호에 새로 연재를 시작한 정지혜 영화평론가의 ‘아직은 다정함을 말할 때’(p.72)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씨네21>, <리버스> 등을 비롯해 여러 영화 지면에서 글을 써온 정지혜 평론가의 글을 좋아하는데요.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최대한 공정하려 애쓰는 필자의 완고함이 느껴지면서도 다정한 글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세상에는 저 스스로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정이라 타인에게도 똑같이 조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타고나기를 올바른 사람이라 밖으로 말과 글을 꺼낼 때 어디에 가닿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려 깊은 사람이 있습니다. 정지혜 평론가의 글은 후자 같습니다. 그가 관찰한 세상과 영화, 책, 다양한 사물과 사람에 대해 ‘평론’이라는 틀 없이 자유롭게 써내려갈 글이라 저 역시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고 싶습니다. 코너명을 논의하면서 ‘아직은 다정함을 말할 때’라고 정한 것 역시 그가 품고 있는 태생적인 다정함, 그럼에도 ‘아직은’이라는 단서를 붙여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성향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빠르고, 자극적이고, 휘발되며 스쳐 가는 글과 영상에 열광하는 세계이기에 누군가는 천천히, 다정함을 덧붙여도 좋겠지요. 


출처: Pixabay


봄이라 그런지 밤에 산책을 하다가, 시를 읽다가, 옛 노래를 듣다가 울컥할 때가 있어요. 이상하죠. 봄밤이라는 시간은, 짧게 쉬이 지나간다는 걸 알고 있기에 더 아쉽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더 나빠질 것만 같은 불길한 징조가 밤을 감싸는 것 같고, 문득 연락 끊긴 옛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어질 만큼 외로울 때도 있습니다. 나쁜 기분이 다가오는 것 같을 때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느껴지는 동물들의 사진을 봅니다. 

오늘은 괜히 발밑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이번 호 커버인 백호와 호랑이 사진을 보며 웃었습니다. 동물은 어째서 이토록 사람을 사랑해주는 걸까요. 매호 ‘카라가 본 세상’(p.62)을 읽을 때마다 동물에게 미안하고 인간이 싫어지기도 합니다. 흠흠,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 스페셜, 또 여러 필자들의 좋은 글은 본문에서 읽어주세요. 글을 읽을 때만큼은 당신의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사정으로 다들 버텨나가야 하는 힘든 세계에서, 옆 사람에게 당신이 품고 있는 다정을 한 움큼 내어주세요.  


글/ 김송희

매거진의 이전글 친구를 찾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