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게임을 하면 누가 행복해지는데요?
그래서, 이 게임을 하면 누가 행복해지는데요?
다니엘 주삭의 동화책 <붉은 머리 여왕의 나라>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여왕의 나라는 사람들이 방실방실 웃고 있고 하루 종일 놀면서 게임만 하는 곳입니다. 아무도 노동하지 않고 하루 종일 놀고 게임만 하는 곳에 떨어진 소년은 처음에는 신나지만 어느 순간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 게임에 다들 억지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그때 소년이 여왕에게 묻습니다. “이 게임을 하면 누가 행복해지는데요?”
다 함께 어떤 일을 할 때, 여기 참여한 사람 중에 누가 행복한가 따져보면 아무도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럼 우린 이걸 왜 하는 걸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인간은 모든 일에서 자꾸 의미를 찾기 때문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이걸 해서 누구에게 이로울까, 누가 행복해지는 걸까,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데 이걸 왜 하는 걸까.
이번 호 표지에 함께해준 지진희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대장금>은 어느 때 어느 회차를 봐도 참 재미있습니다. 배우 역시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아무 회차나 보게 되도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바로 훌륭한 드라마의 장점이겠죠. 앞의 내용을 모르는데도 한 회만으로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힘이요.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한상궁과 함께 수랏간 최고상궁이 되기 위한 경합을 준비하는 회차는 지금 봐도 흥미진진합니다. 21회에서 식재료를 구하러 간 한상궁이 납치를 당하고, 장금이는 마마님 없이 혼자 경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우리 어떡하냐”고 안달하는 연생이에게 장금이는 이렇게 응답합니다. “그냥 가야 할 때가 있어. 그냥 주어진 상황에 어찌할 도리 없이 가야 할 때. 지금이 그럴 때야. 그냥 가야 해. 지금은 두려움도 버리고 생각도 버리고.”
아주 옛날에 본 드라마이고 다른 장면들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저는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장금이의 이 대사를 떠올립니다. 이미 망한 것 같고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보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가야 할 때. 두려움도 버리고 생각도 버리고.
편집장 김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