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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1. 2019

[컬쳐]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글 김송희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11월 27일




프랑스 전설의 배우 파비안느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회고록을 발간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딸 뤼미르와 그의 남편, 딸 샤를로트가 어머니의 집을 찾는다. 사실 뤼미르는 평소 거짓말을 잘 하고 허세가 있는 엄마가 책에 딸에 대해 어떻게 써놨을지가 불안해 도착하자마자 책부터 들춰본다. 밤새 책에 ‘엄마의 거짓말’을 체크하며 정독한 파비안느는 아침이 되자마자 책 속 거짓말들에 대해 엄마에게 따진다. “엄마가 학교 앞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고? 엄마가 아니라 사라가 데리러 왔잖아." 파비안느의 젊은 시절 친구이자 지금은 죽은 사라라는 인물은 모녀의 대화에서 불쑥불쑥 등장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파비안느의 매니저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자 뤼미르는 엄마의 임시 매니저를 하며 촬영 현장을 따라가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프랑스의 신예이자 사라를 닮은 마농을 만난다. 여전히 배우로서의 자긍심과 연기에 대한 열정만이 전부인 파비안느는 후배이자 동물적인 감각으로 연기하는 마농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지고, 뤼미르는 엄마에 대해 차츰 알아간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가 출연하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가장 의외인 점은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점일 것이다. 가족의 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던 일본의 감독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들과 함께 ‘모녀’의 심층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가족의 비밀, 모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것은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과 비슷하지만 거기에 ‘배우란 어떤 사람인가’ ‘배우가 연기를 할 때 무엇이 작동되는가’에 대한 질문이 더해졌다. 어머니와 딸이 화해하는 과정 또한 계단을 밟아 내려가듯 치밀하게 표현되었다. 무엇보다 대배우를 연기하는 대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의 연기는 그 스스로가 이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닌 장면을 연출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평생 배우라는 직업에 사로잡혀 ‘대사가 없으면 사과조차 못 하는 배우 파비안느’가 된 까뜨린느 드뇌브의 천연덕스럽고 리드미컬한 연기가 영화를 장악한다.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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