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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1. 2019

[컬쳐] 결혼 이야기


글 김송희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극장개봉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 12월 6일     




“니콜은 선물을 잘 골라요. 아이에게 책을 잘 읽어주는 좋은 엄마죠.” “찰리는 친화력이 있어요. 모든 사람을 자기 가족으로 만들어요.” <결혼 이야기>는 아내 니콜이 남편 찰리의 장점을 나열하고, 찰리가 니콜의 장점을 칭찬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실 둘은 이혼 전 상담을 받고 있으며, ‘상대의 장점을 써오라’는 상담사의 숙제를 해왔을 뿐이다. 극단을 운영하는 감독 찰리는 함께 행복한 줄 알았던 니콜의 이혼 요구에 당황한다. LA에서 영화배우로 인기를 끌었지만, 찰리를 만나 뉴욕에 정착하고 극단에서 연기를 하던 니콜은 LA의 한 제작사에서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자 아이와 함께 LA에 정착하고 싶고, 찰리는 가족의 거주지는 뉴욕이라는 생각에 이를 반대한다. 결혼 생활 동안 자신은 사라지고 찰리의 원플러스원이 된 것처럼 느꼈던 니콜은 찰리를 떠나 자신의 삶을 꾸리려 하고, 찰리는 그런 니콜이 다시 LA로 돌아올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이혼 변호사 없이 원만히 이혼을 하기로 했던 약속과는 달리 니콜이 LA에서 이혼 변호사 노라를 수임하고, 둘의 이혼은 진흙탕 싸움이 된다. 

<프란시스 하>,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의 노아 바움백의 신작이자 넷플릭스 무비인 <결혼 이야기>는 여러 가지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와 닮아 있다. 이혼 소송 중인 부부가 양육권 때문에 법정에서 크게 다투고, 이혼 변호사는 상대의 작은 결점을 엄청난 악행처럼 부풀리며 그가 양육 부적격자임을 지적한다. 이혼 과정에서 변호사의 입으로 전달되는 상대의 일면은 사실과 크게 다르지만, 그 점이 오히려 그간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들춰내는 방식이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가 이혼 과정 속 이미 봉합할 수 없는 남녀 관계를 보여준다면 <결혼 이야기>는 니콜과 찰리, 각자의 시선에서 관계가 인간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또한 성장시키는지에 집중한다. 내심 자신을 좋은 남편, 좋은 아빠라고 여기던 찰리가 니콜의 상처를 처음 들여다보며 홀로 노래 부르는 장면, 쿨한 척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마주보고 악담을 퍼부으며 설전을 벌이는 장면 등은 완벽하게 짜인 고전 연극을 보는 것만 같다. 클로즈업을 통해 인물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는 최상의 연기를 보여준다. 베니스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었으며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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