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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Apr 27. 2022

앞을 향해 전진하는 청춘의 열정과 아련한 추억

너와 나의 경찰수업

청춘이라는 말에는 산뜻한 떨림이 있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찬란한 시간이면서도, 동시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청춘 학원물의 장르상 장점은 여기서 나온다. 청춘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동시대적 동질감을 주고, 그 시기를 지나온 이들에게는 푸릇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청춘을 붉게 물들였던 사랑과 우정의 기억이 평생 이어진다. 


디즈니플러스 코리아가 론칭과 동시에 선보이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청춘 수사극을 표방한다. 경찰대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이 좌충우돌 생활하는 학원물의 형식을 따르면서 거기에 더해 10년 전 사건에서 이어지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구조다. 시작하기 전에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OTT 플랫폼의 첫 작품이라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컸다. 인기 아이돌 강다니엘의 연기 데뷔작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시청 대상층을 미리 한정 짓는 편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쟁 OTT 플랫폼의 자극적이고 센 설정의 작품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온화한 작품이라 현세대의 취향에 어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거기에 하루에 전편을 공개하는 다른 OTT 플랫폼의 전략과 달리, 매주 수요일 하루에 두 편씩 공개하는 방식도 몰아 보기를 선호하는 시청 방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3월 16일 총 16화로 마무리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동아시아 등지에서 팬덤을 형성하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 드라마는 경찰청장의 아들이자 경찰대학교 수석 입학생인 위승현(강다니엘)과 짝사랑하는 동네 오빠를 따라서 추가 합격으로 이 학교에 들어온 고은강(채수빈)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경찰대학교 신입생들의 이야기다. 승현과 은강 두 사람의 활약에 6명의 동급생이 가세해 매회 일어나는 사건을 함께 해결한다. 제1화에서는 승현과 은강의 첫 만남을 약간 구태의연하게 그리긴 했지만, 두 사람이 경찰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사건의 진행이 부드러워지고 인물들 간의 감정이 깊어지면서 흥미를 더해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젊은 주인공 8명이 불어넣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캐릭터의 개성이다. 원리 원칙을 중시하던 승현은 불의 앞에선 행동이 앞서는 은강을 만나면서 행동하는 정의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승현의 룸메이트인 탁(이신영)은 어려서 형을 잃은 후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유도 선수의 꿈을 키우던 인물이다. 탁은 선배의 폭력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들어온 경찰대에서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난다. 똑똑하고 야무진 한나(박유나)는 도통 협조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 같지만, 실은 어려운 환경 때문에 받은 상처를 숨기기 위해 고슴도치처럼 겉에 뾰족하게 가시가 돋쳤을 뿐이다. 드라마 <시그널>을 보고 형사가 되기로 결심한 대일(박성준)은 친구들 사이를 이어주는 분위기 메이커이며, 범주(김민석)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성격으로 친구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 결단을 내리는 역할을 맡는다. 깍쟁이 같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아리(천영민)는 상처가 있는 탁을 감싸줄 줄 알고, 과학고등학교를 나온 수재 주영(민도희)은 친구들 사이에서 웃음을 끌어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드라마는 이들의 학교생활과 더불어 10년 전 탁의 형이 죽게 된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따라간다.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가 과하지 않게 잘 배합된 플롯 속에서 젊은 배우들은 싱그러운 케미스트리를 보이면서 각자의 매력을 발산한다. 청춘물에 빠질 수 없는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드라마는 해외 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여자 넷, 남자 넷의 구도에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의외성이 스토리에 흥미를 더했다. 


미스터리물이라는 측면에서는 부패한 제도를 개혁하려는 젊은이들의 분투를 잘 묘사했다. 이 드라마에도 다른 범죄물처럼 구조적인 악과 절대 악인은 있지만, 대체로 중요 캐릭터들은 선의를 가지고 행동한다. 선의가 악의보다 앞선다는 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가진 이야기의 장점이다. 학생들만의 힘으로 거대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설정이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거대한 꿈을 꿀 수 있다는 것이 청춘의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

무모하지만 귀엽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은강 역을 맡은 채수빈은 출연한 젊은 배우 중 주연 경력이 가장 많은 만큼 드라마의 중심축을 잡아주었다. 연기에 처음 도전한 강다니엘은 초반에는 가끔 들떠 보이기도 했으나 후반부로 가면서 감정 연기에 장족의 발전을 보였고, 특히 몸을 쓰는 액션 장면에 강점을 보여 차기작을 기대하게 했다. 학생 역을 맡은 젊은 배우들 모두 자신의 개성에 맞는 연기로 드라마에 상큼한 활기를 더했다. 부모와 교수 역으로 출연한 중견 배우들이 신인 배우들이 실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잘 뒷받침해준 것도 드라마의 정신과 잘 어울린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무엇보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청춘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상실이 없는 청춘이란 없다. 친구들은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갈등하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한다. 때로는 영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돌아서기도 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가까운 사람을 잃기도 하고, 그 때문에 마음이 무너지는 슬픔도 겪는다. 하지만 젊음은 이런 상처를 안고도 나아간다. 다름을 감싸 안고 친구를 이해하며 미래를 향해 함께 간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되는 동안 공개된 5개국에서 1위를 하는 등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했고, 월드 1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소소하게 보일 순 있어도 시작으로는 준수한 결과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아마 알 것이다. 모든 시작에는 성적과 성과가 아니라 마음에 남는 감정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봄,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이렇게 의미 있는 시작을 위해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글.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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