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이런 방향으로 글을 써주세요.’라고 청탁하지 않았는데, 글을 읽다 보면 ‘이거 내가 쓴 줄…’ 싶은 글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 온라인 게시판이었다면 동의한다는 뜻으로 하트를 몇 개는 눌러주고 싶습니다. 이번 호 14페이지 ‘어쩔탱고’를 읽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감 때 공감되는 글을 만나는 것은 잡지 만드는 일의 기쁨 중 하나입니다. ‘어쩔탱고’의 최서윤 작가님 역시 미루기를 잘하시는 편이라 1월 1일에는 ‘한국인의 새해는 설날부터지.’라고 미루고, 설이 지난 후에는 ‘새 학기 시작하는 3월부터가 진정한 새해지!’라고 여겼다고요. 절대 일을 미루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걸 ‘정신승리’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네요. 새해에는 왜 새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우리는 왜 쇄신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하아, 답답한 노릇입니다.
반면, 최근 SNS에서 르세라핌의 사쿠라 님이 ‘자꾸만 일을 미루는 저를 꾸짖어 달라.’는 사람에게 한 말은 어떤가요. “이 사람은 자기가 좋아서 그런 거예요. 바뀌고 싶다는 의지가 없어요. 그게 편한 거예요 사실은. 왜냐면 그렇게 힘들면 자기가 알아서 바꿀 거예요. 근데 안 바꾼다? 그냥 그게 편해서. (그러니까) 알아서 해요.” 사쿠라의 성장 서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더 찔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한국어, 춤, 노래 모두 노력 끝에 더더더 나아지고 성장해서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뤄낸 사람이니까요. 해야 할 일을 자꾸만 미루고 늘어져 있는 자신을 볼 때마다 혐오감이 들고, 왜 나는 이렇게밖에 살지 못할까 싶습니다.
오늘 회의에서 이런 질문 카드를 받았어요. ‘지난 한 주 동안 가장 나를 나답게 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흐음, 오늘 아침 일도 기억이 안 나는 마당에.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 중 나를 나답게 한 일이라니요. 어떻게 보면 2주에 한 번 이렇게 독자들에게 에디토리얼을 쓰는 일이 저에게는 가장 저다운 일이 아닐까(라고 우겨봅니다)요. 그래 놓고 이 짧은 글도 미루고 미루다 마감 날 쓰고 있으니, 정말 나답네요. 어쨌든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다, 당신의 과업과 나의 일! 독자분들은 여태 미루고 있었던 일이 있나요. 그럼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일단 시작을 해봅시다. 시작이 반(이라고 또 우겨본다)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물론 누군가는 ‘반은 반이다’라고 하겠지만요. 봄입니다. 저에게도, 빅이슈 판매원들에게도, 독자들에게도 환하고 따뜻한 일들이 가득하길.
글. 김송희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