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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이슈코리아 Dec 22. 2019

[스페셜] 올해의 그리움 - 설리와 구하라


글 황소연


MBC Musi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하라 온앤오프>에서였다. 구하라는 거실에서 아델의 라이브를 감상하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영상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아이돌로 활동하는 이의 고충을 고백하던 리얼리티 쇼에서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던 그의 모습. 한국 사람들이 전부 드나든다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구하라 동영상’이 1위가 되던 날, 구하라는 어떤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을까? 자신이 ‘노브라’라는 이유로, 공개 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논란거리가 될 때 설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로를 위로하며 버텨왔을까? 구하라도, 설리도 자신을 예뻐해달라고, 좋게 봐달라고 대중에게 부탁했었다. 두 사람은 성희롱과 불법 촬영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피해자다움’의 굴레에서 고통받아왔다.

세상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실시간 검색어도 그대로, 악플이 가득한 댓글창도 그대로, 성범죄 피해자를 ‘꽃뱀’으로 부르는 현실도 그대로다. 다만 확실한 것이 있다면, 여성들은 가해자들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끝없이 약한 존재들과 연대하고 여성들을 응원하고자 했던,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에게서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던 두 여성의 삶에 존경을 표한다. 어디선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여성들을 향해 조용히 되뇐다. 함께, 살아가자고. 





위 글은 빅이슈 12월호 2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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