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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22. 2024

골목길 야생화 31 금낭화

낭창낭창한 꽃대에 붉은 하트를 매단 꽃

  
금낭화

오늘의 주인공은 금낭화(錦囊花)입니다.
비단 금, 주머니 낭, 꽃 화.
비단주머니꽃이죠.

옛날 여인들이 차고 다니던 비단주머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래요.
하트 모양의 고운 담홍색 꽃이 주렁주렁. 매우 특이하고 아름다워, 야생화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학명은 Dicentra spectabilis

앞의 속명 '디센트라(Dicentra)'는 그리스어로 '둘'이라는 뜻의 'dis''며느리발톱'이라는 뜻의 '센트론(centron)'의 합성 어래요. 심장형 꽃 모양 중 밑으로 2개의 꽃잎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나타낸 답니다. 종명 스펙타빌리스(spectabilis)는 '찬란한'이라는 뜻의 라틴어.



특이한 모양과 빼어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랑 받는 금낭화. 전국의 산에 저절로 자라는 한국이 원산지인 식물이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원산지는 한국.
설악산  봉정암  근처에서 처음 발견되어, 우리나라가 원산지임이 밝혀졌다는군요.

그 전에는 중국이 원산지로 알았대요.


전국 산지의 돌밭이나 계곡에서 저절로 자라요.
꽃이 빼어나게 뻐 절이나 도심 정원에서도 볼 수 있을 만큼 관상용으로 인기랍니다.

뿌리에서 나온 여러 대의 줄기가 40~60cm로 자라요.
갈라진 가지연약해 부러지기 쉽습니다.

잎은 어긋나고요.
잎자루가 길며 3개씩 2회 깃꼴로 갈라집니다.
잎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톱니가 있어요.
잎 전체가 흰빛이 도는 녹색.


꽃은 5∼6월에 담홍색으로 피죠.
줄기 끝에 아래로부터 위쪽으로 주렁주렁 달립니다. 이런 형태를 총상꽃차례라고 해요.
화관(花冠), 즉 꽃부리는 볼록한 주머니, 혹은 심장 모양.

꽃부리(혹은 한자로 화관)는 꽃잎 부분을 모두 합쳐 부르는 용어입니다.

4개의 꽃잎 중 바깥쪽 분홍 꽃은 위로 젖혀진다. 안쪽의 흰색 꽃잎이 벌어지며  암술과 수술이 드러난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꽃잎은 4개. 바깥쪽 분홍 꽃잎은 뒤로 젖혀져 모자 모양을 이뤄요. 안쪽 흰색 꽃잎 2장은 아래로 축 늘어져 드라이버를 연상하게 하지요.
안쪽 꽃잎 2개가 밑부분의 꿀주머니를 이뤄요.
완전 개화하기 전까지는 좌우의 하얀색이 붙어 있다가 나중엔 위쪽으로 말려 올라가죠.

하얀 주머니 안에 수술 6개, 암술 1개가 들어있어요.
수술은 3개씩 뭉쳐 둘로 나뉘는데요. 이런 형태를 두몸수술(양체웅예, 兩體雄蕊)라고 합니다.

콩과식물에 흔히 나타난답니다.

열매는 긴 타원형의 삭과(蒴果). 길이 1~2cm.


금낭화 열매. 긴 타원형으로 길이는 1~2센티미터.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봄에 어린잎을 잘 우려낸 뒤 나물로 먹는데, 독성이 있어 가급적 먹지 말라네요.

한방에서는 가을에 뿌리를 채취해 말린 것을 하포목단근(荷苞牧丹根)이라 하는데, 타박상이나 종기치료에 사용한답니다.

며느리주머니, 며눌취, 등모란, 덩굴모란, 하포모란이라고도 불려요.

영어명은 블리딩 하트(bleeding heart), '피 흘리는 심장'이라는 뜻이지요.

여기에 얽힌 서양 전설.

날 젊은 왕자가 아름다운 소녀를 사랑했는데 소녀는 콧대가 높아 왕자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았어요. 크게 상심한 왕자는 자신의 심장을 칼로 찔렀고, 그 후 왕자의 묘지에는 심장 모양의 예쁜 꽃이 피었지요. 사람들이 'bleeding heart'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연정, 순종, 우월, 실연, 행운, 복주머니.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는 꽃말처럼, 금낭화는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순천(順天)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석양 무렵, 바위틈에 다소곳이 서서 흔들리는 금낭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은 꽃말처럼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하고 순종하는 여인네 모습 같기도 해요. 요즘은 이런 말조차 성차별이라고 사람들 있겠지요?

바람은 곧  하늘이 부리는 조화이니, 하늘을 따르고 천리에 따르는 모습을 하고 있는 금낭화라고 해두겠습니다.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

'하늘 이치를 따르는 자는 생존하고, 이를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

<맹자> '이루장' 상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앞의 대목이 우리의 현재 시대상과 비슷해요. 번역문만 옮겨봅니다.


"맹자가 말하기를 천하에 도가 있으면 덕이 높은 사람이 덕이 낮은 사람을 부리고, 더 현명한 사람이 덜 현명한 사람을 부린다. 천하에 도가 없어지게 되면 덩치가 큰 것이 작은 것을 부리게 되고 힘이 강한 자가 힘이 약한 자를 부리게 된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의 이치이다. 하늘의 이치에 순응하는 자는 생존하고 하늘의 이치를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


공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제경공(齊景公)은 BC 547~490년 재위했던 제나라 군주입니다. 어느 날 공자에게 정치가 무엇인가 하고 묻지요.

공자의 대답은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운 것입니다"


이 세상에 좋은 모든 것들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 명쾌합니다. 좋은 정치도 그러합니다.


맹자의 대답은 우리에게 이 시대가 순천인지 역천인지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덕이 높은 자가 덕이 낮은 자를, 더 현명한 자가 덜 현명한 자를 부리면 순천. 덕이나 현명함과는 상관없이 단순히 큰 놈이 작은놈을, 강자가 약자를 부리면 역천이라는 것이지요.


공자의 대답은 또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합니까.

너는 너답고 나는 나다우면, 정치는 그걸로 끝이라는 거지요. 군주의 면전에서 이렇게 거침없고 배짱 있게 말하기는 어느 시대나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군주의 질문에, '임금인 당신이 임금답기만 하다면 끝'이라고 단칼에 무 자르듯 말한 거니까요.


이 말을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 들은 제경공.

"옳도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버지가 아버지답지 않고, 자식이 자식답지 않다고 믿으면 비록 곡식이 있다 해도 내 어찌 그것을 먹을 수 있겠소."


제경공은 이런 공자를 재상으로 기용하고 싶었지만, 안영이라는 시기와 질투로 배 아픈 신하의 모함과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순천의 미덕을 일깨우고자 저 비단주머니는 저리 고운 색으로 피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024년 4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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