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에서 자라는 바나나, 으름덩굴을 소개합니다. 으름덩굴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로 무언가를 감아 올라가는 덩굴식물이에요.
산기슭이나 마을 어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지나치기도 쉬워요. 단풍나무처럼 꽃은 잎그늘에서 짙은 자갈색으로 피우는데, 가을철 열매는 매우 드물기 때문입니다.
학명은 Akebia quinata(Thunb.) Decne. 영어명은 Five-leaf chocolate vine.
황해도 이남 강원도를 제외한 중부, 남부, 제주도 지역의 산이나 길가, 가까운 계곡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에도 분포한대요.
덩굴줄기는 5m 정도 자라요. 잎의 모양은 넓은 계란형 또는 타원형의 작은 잎이 5개(간혹 6개)가 달리는 손바닥 모양의 겹잎, 즉 장상복엽(掌狀複葉)입니다.
꽃은 4~5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자갈색으로 핍니다.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피는 암수한그루. 암꽃은 수꽃에 비해 숫자가 적은 대신 꽃의 크기가 커요. 수꽃은 크기는 작지만 암꽃에 비해 그 수가 3배 정도 많답니다.
큰 꽃이 암꽃. 작은 꽃이 수꽃이다. 수꽃이 암꽃보다 3배 정도 많다. 암꽃에 소요되는 에너지가 수꽃보다 많기 때문에 그 수는 적다.
3개로 갈라진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진짜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발달한 것입니다. 수꽃에는 6개의 수술과 6개의 퇴화된 암술이 있고 암꽃에는 3-6개의 암술과 6개의 퇴화된 수술이 있어요. 암꽃에는 수술이, 수꽃에는 암술이 퇴화되어 무늬만 남아있다는 뜻입니다.
9~10월에 자줏빛을 띤 갈색의 길쭉한 열매가 바나나처럼 2~4개씩 붙어서 아래로 매달립니다. 길이는 6~10cm. 팔월찰(八月札)이라고도 불리는 맛있는 과일이지요. 으름은 머루, 다래와 함께 산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과일로 꼽혀요.
으름덩굴 열매. 열대지방의 몽키바나나처럼 작고 귀엽다. 맛은 달콤하고 식감은 물컹하다. 코리언바나나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 들꽃사랑연구회
열매 모양은 열대지방에서 나는 작은 몽키바나나를 닮았답니다. 완전히 성숙되면 열매껍질이 벌어지면서 열매의 살인 과육과 종자가 드러나는데요. 과육은 물컹하고 맛은 달콤합니다. 작은 씨앗이 함께 씹혀, 바나나에 익숙한 우리에겐 낯설어요. 씨 없는 으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네요.
지난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세계 각국의 나무를 그곳 올림픽공원에 심었다는데요. 그때 보낸 한국을 대표하는 5종의 자생수종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으름덩굴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