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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밭골샌님 Apr 17. 2024

골목길 야생화 29 단풍나무

지금 단풍나무 잎사귀 밑을 보면ᆢ


단풍나무


봄철에 단풍나무를 다룬다는 게 뜬금없다는 건 잘 압니다. 가을철의 대명사가 단풍이고, 고운 단풍의 대표는 단연 단풍나무이니 그 때나 가서 소개하는 게 맞지요.

하지만, 지금 시즌이 지나면 단풍나무 꽃을 볼 수가 없겠기에 한 번쯤은 눈인사라도 해보시라는 의미에서 서두릅니다.


단풍나무는 전국의 산에는 물론 관공서나 학교, 아파트나 공원 등 정원이라면 어디에나 심어져 있습니다. 단풍 드는 가을에나 존재감을 드러내지요. 잎이 막 돋아나고 그 잎 아래로 꽃을 피우고 있는 지금은 다른 화려한 꽃들에 치어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부챗살처럼 갈라진 자루에 달린 단풍나무 꽃은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자세히 봐야만 보이지요.


봄에 돋아나는 잎이 가을까지 붉은색인 홍단풍나무 꽃. 수술은 8개 암술은 2 개.

단풍나무는 종류가 많아요.

세계적으로는 100여 종, 우리나라에는 약 30 종류의 단풍나무가 있다고 해요. 그중 15종 정도가 흔히 볼 수 있답니다.

단풍나무 가족으로는 대표종인 단풍나무와 가장 흔한 당단풍나무, 울릉도 등에서만 자라는 섬단풍나무, 좁은잎단풍나무가 있고요.
이름에 단풍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신나무, 복자기나무, 산겨릅나무, 시닥나무, 고로쇠나무, 우산고로쇠나무도 가족입니다.
외국에서 도입된 은단풍, 중국단풍, 공작단풍, 네군도단풍, 노르웨이단풍 등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어요.


산에서 만나는 단풍나무 대부분은 당단풍나무랍니다. 우리 고유종인 '단풍나무'는 내장산과 한라산 등에서만 자라고, 번식도 까다로워 정작 보기가 어렵다네요.

 윗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중국단풍,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공작단풍, 설탕단풍, 당단풍나무, 복자기나무, 신나무, 은단풍. 세밀화= 서울신문,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처럼 종류가 많다 보니, 구분하기가 어려운데요. 손바닥처럼 갈라진 잎이 몇 개냐를 기준으로 보는 게 가장 쉽답니다. 신나무는 잎이 3갈래, 고로쇠나무는 5갈래, 단풍나무는 7~9갈래, 당단풍나무는 9~11갈래라 '3신 5고 7단 9당'으로 정리해 준 전문가분도 계십니다.



영어로는 단풍나무를 메이플(maple)이라 하죠?
캐나다 국기 이름이 '메이플 리프 플래그(Maple Leaf Flag)'예요.



설탕단풍나무 잎을 주제로 한 캐나다 국기. 이 나라 특산물인 메이플시럽은 설탕단풍나무에서 뽑은 수액을 졸여서 만든다.


안의 빨간 단풍잎은 설탕단풍나무입니다.
캐나다 특산 메이플시럽은 이 나무의 수액으로 만들어요. 우리가 이른 봄에 고로쇠물을 뽑아 마시는 것처럼 설탕단풍 수액을 뽑아 달여서 만든대요.


고로쇠나무는 골리수(骨利水), 즉 뼈에 이로운 물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네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좌선 후 무릎 통증을 느껴 주변의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려는데 잡은 나무가 찢어지며 수액을 내더랍니다. 그 물을 마시고 회복되어 골리수라고 불렀대요.

수액은 경칩을 전후해 채취한답니다. 색깔은 없고, 단맛 약간.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
원산지는 한국.
검붉은 꽃 특이하죠?
잎그늘에 숨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아요.
꽃은 수꽃과 양성화가 한 그루에 핀답니다.
꽃잎과 꽃받침조각은 각각 5개.
수술은 8개, 암술대는 2개로 갈라져요.


프로펠러 모양의 열매가 9~10월에 익어요.
프로펠러 모양의 날개가 달려 있죠?
씨앗을 널리 퍼뜨리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 모양에서 프로펠러가 고안되었다고 해요. 헬리콥터 날개도요. 저 날개로 수 km나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고 합니다.


단풍나무 열매. 먼 곳으로 씨앗을 날리는 프로펠러 구조다. 종류에 따라 벌어지는 각도가 다르다. 사진= 위풍당당진국 블로그.


한방에선 뿌리껍질을 계조축(鷄爪槭)이라 하는데요. 닭 계, 손톱 조, 단풍나무 축. 닭발톱처럼 생겼나 봐요. 소염 작용과 해독 효과가 있어 무릎관절염, 골절상 치료에 쓴답니다.

꽃말은 ‘사양’, ‘은둔’, ‘은퇴’, ‘무언’.

이 꽃말  모두가 잘 드러나지 않는 꽃의 특성입니다.


지금 시즌 단풍나무 아래로 가서 올려다보면 오밀조밀 다닥다닥 피어난 단풍나무 꽃을 볼 수 있다.

단풍나무류는 목재로는 최고급이랍니다. 특히 고로쇠나무 목재는 붉은색으로 아름답고 재질 또한 치밀하여 잘 갈라지지 않는답니다.  체육관이나 볼링장 같은 곳의 바닥재로 쓰이고요. 소리를 잘 울려 퍼지게 해 바이올린의 뒤판이나 피아노의 액션 부분에도 쓰인대요. 운동 기구로는 스키, 테니스 라켓, 볼링 핀을 만들었답니다. 지금은 모두 첨단 소재로 만들지만요.


■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시기는 양력 2월 20일 전후인 우수(雨水)와 3월 5일 전후인 경칩(驚蟄) 무렵이라고 합니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수와 경칩을 지나면 아무리 춥던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돌고 초목이 싹트지요.


이 무렵에 인간이 빨대를 박아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할 수 있다는 건, 뿌리가 그 이전부터  활동을 시작해 물을 빨아올렸다는 뜻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키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안가에 있는 레드우드라는 이름을 가진 자이언트 세콰이어입니다.
무려 111m입니다. 땅 속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어떻게 그 높이에 있는 잎까지 올려 보낼 수 있을까요?
오늘날 온갖 첨단 기계장치를 써도 분수대의 물은 200m 정도까지 쏘아 올릴 수 있대요.
동력이 따로 있을 수 없는 나무들이, 뿌리에서 빨아들인 물을 나무 꼭대기에 있는 잎사귀 하나하나에까지 전달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학자들은 모세관 현상에 의해서다, 물의 응집력 때문이다 등등 다양한 이론을 발표했지만 아직 확실한 해답은 구하지 못했답니다.


모처럼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바삐 사진이라도 찍을 양이면, 구름인 듯 안개인 듯한 수증기로 시야가 트였다 가렸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요?

그 정체는 바로 식물들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잎을 통해 배출되어 대기 중으로 날아갈 때 빛과 만나 생기는 안개입니다.


신갈나무 한 그루가 물을 퍼올리는 최고 속도는 시속 30m랍니다. 낮 동안 퍼올리는 물의 양은 400 리터! 2L들이 생수로 따지면, 200 통이죠!!

일부 덩굴식물은 시속 150m로 물을 밀어 올리는 게 관측되었다는군요.


■■ 옥수수나 맹그로브나무 같은 극히 일부를 빼고는 식물의 뿌리란 평생을 드러내지 않고 땅속에서 엄청난 일을 묵묵히 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에서도 엄청난 일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분들이 있기에 우리들 대부분이 안전하고 안락하고 평안하게, 혹은 시끄럽고 부산하게 살 수 있지요.


평안한 삶을 누리고 계시면 그러하신 대로, 조금은 심란하게 사신다면 또 그러하신 대로, 정신없고 혼이 나가도록 아프거나 힘들어도, 감사해야 한다는 선현들의 말씀이 공감되는 오늘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감정이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감사하는 행위, 그것은 벽에다 던지는 공처럼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 이어령


2024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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