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이 특별히 청정 재배를 하거나 농약 등으로 살균 처리를 해서가 아닙니다. 무화과나무는 농약을 치면 죽기 때문에 애초 농약을 쓰지 않는다고 하고요. 무화과나무말벌이 수분하지않아도 스스로 열매를 맺는 품종들만 재배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으로는,국내에는 무화과나무말벌 자체가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앞에서 요란을 떨며 설명한 건 뭐?
원산지인 중동 지역에서의 자연산이나 일부 재배종 가운데 수분매개곤충인 무화과나무말벌이 개입되어 열매를 맺는 방식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럼 수입산 무화과에는 무화과나무말벌들의 사체가 득실득실하다는 뜻?
그것도 아닙니다.
무화과 안으로 들어간 암벌이 알을 낳은 뒤 죽고, 알에서 날개 없이 태어난 수벌들 또한 그 안에서 죽는데요.
무화과 열매는 숙성하면서 피신(Ficin)이라는 단백질 분해효소로 이들 사체를 모두 분해합니다. 따라서 식용 무화과에는 어떤시체도 없습니다.
완전채식을 지향하는 비건족은 모든 시체가분해돼 없어졌다고는 해도, 동물성 단백질 성분이 남아 있으므로 먹지 않는 게 맞지 않냐는 건데요. 그분들 사이의 논쟁은 현재진행형인가 봅니다.
이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안심하고 드십시오.
앞에 드린답가운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몇 가지있는데요. 우선, 국내산은 스스로 열매를 맺는다? 네, 그렇습니다.
정상적인 번식은 꽃가루받이 후 밑씨는 씨(종자)로 발달하고 씨방은 열매로 변형됩니다.
여기서 잠깐,
열매와 씨(종자)의 차이는 뭐?
맨 아래쪽 ■ 이하 참조하세요^^
그런데, 꽃가루받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열매와 씨앗을 맺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단위생식(單爲生殖, carthenocarpy) 또는 단위결실(單爲結實)이라고 하는데요. 꽃가루받이 없이도 밑씨는 씨(종자)가 되고,씨방은 열매가 됩니다. 어미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씨앗이 생기는 겁니다.
동물세계에서도이런 현상이 발생해요. 처녀생식(處女生殖)이라고 합니다. 정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암컷의 알만으로 번식하지요.
자연 상태에서 수술이 있음에도 꽃가루받이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꽃가루가시원찮아서 수정이 안 되는 경우, 꽃가루는 정상이지만 자가수정(自家受精)을 회피하는식물인 경우, 개화기 기온이 낮은 경우, 식물 자체의 노화 등으로 수정이 되지 않는 경우 등.
인공적으로 단위결실을 유도하기도 합니다.암술머리에 화학물질을 뿌리거나 바르면 되는데요.
수박이나 포도처럼 씨 없는 과실을 얻으려면 식물 호르몬인 옥신이나 지베렐린을 사용한다는군요.
자, 이제 국내산 무화과는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아도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데다, 무화과나무말벌 자체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전편에서 언급한 그 무화과의 장면으로 돌아가볼게요. 꽃가루주머니를 가진 암벌이 날개를 찢겨가면서 무화과 안으로 들어갑니다. 가져온 꽃가루를 암꽃에게 전달, 알을 산란, 수벌의 탄생, 깨어나지 않은 암벌과 교미, 탈출구 마련 후 사망, 깨어난 암벌의 탈출과 비행, 다른 무화과로 진입.
무화과나무와 무화과나무말벌의 상리공생을 설명하는 일러스트.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탈출구의 완성과 암벌의 탄생, 수꽃의 꽃가루 배출! 조금만 엇박자가 나도 자칫 우스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는, 그 절묘한 타이밍은 누가 정하는 걸까요?
앞서 소개한 <꽃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를 다시 인용해 알아봅니다.
"그렇다면 어떤 신호가 이들 꽃과 곤충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합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까?무화과와 꽃가루 매개곤충의 성숙은 아주 간단한 요인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 요소는 바로 이산화탄소다. 무화과의 내부는 벽으로 아주 조밀하게 둘러싸여 있고 단 하나밖에 없는 입구마저도 꼼꼼하게 포엽에 막혀있어서 외부 세계와 거의 가스 교환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말벌의 애벌레가 먹을 것을 섭취하고 번데기가 되는 과정에서 호흡을 계속하기 때문에 무화과의 내부는 이산화탄소가 아주 많이 들어차 있다. 번데기가 암벌로 깨어나는 마지막 단계가 되면 짙을 대로 짙어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작은 수컷들에게 그들이 할 일을 시작하라는 신호가 된다. 이 신호를 감지한 수컷들이 껍데기를 씹어서 탈출구를 만들면 외부의 공기가 무화과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내부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이렇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낮아지면 암벌이 활동을 시작하고, 수꽃은 꽃가루를 배출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꽃가루가 암벌에게 뿌려지고, 암벌은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이동할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거죠? 그 농도에 따라 각자 할 일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함으로써 무화과나무도,무화과나무말벌도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온 셈입니다.
이처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상리공생(相利共生)은 다른 식물종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성공적이래요.
무화과나무 세밀화. 출처= 한국보태니컬아트협동 카페
무화과 종류가 전세계적으로 700~1천종에 이른다고 했지요?
각각의 무화과를 수분시키는 무화과나무말벌의 종류도 그만큼 많답니다!
일 대 일의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겁니다.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일 대 일의 관계는 이상적이기만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게 자연의 법칙인가 봅니다.
어떤 종류의 무화과나무가 사라지면 그에 맞춰 진화한 무화과나무말벌도 멸종된다는 뜻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하지요.
좋은 게 다 좋은 건 아님을 무화과나무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 열매와 씨의 차이
국어사전에는 열매와 씨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열매
1 식물이 수정하여 씨방이 자라서 된 것. 과실. 나무 ~/ ~를 맺다/~가 열다.
2 '성과'를비유하여 이르는 말 사랑의 ~/ 노력이 ~를 맺다
씨
1 식물의 열매 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땅에 버려지면 싹이 터서 다시 같은 식물로 자라게 될 비교적 단단한 물질, 씨앗.종자. 볍 -/ 호박~/~를 뿌리다/~ 없는 수박 2 동물의 암컷의 난자가 수정하기 위해 필요한 수컷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물질. 때로 사람에 대해서도 속된 어감을 담아 씀.
- <뉴에이스 국어사전>, 금성출판사
식물사전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열매
종자식물 중에서 씨방을 가지고 있는 속씨식물의 꽃이 꽃가루받이를 하여 발달한 기관을 열매라 하며, 일반적으로 밑씨가 발달해서 생긴 종자를 포함한다. 대부분 암술의 밑부분인 씨방이 발달한 것이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꽃받기나 꽃덮이 등암술 이외의 부분 또는 포나 꽃자루 등 꽃 이외의 부분이 합쳐진 것도 있다.
열매는 씨방을 가진 속씨식물만 가질 수 있으며, 겉씨식물에서는 열매와 비슷한 기관을 가지지만 열매는 아니다
씨(종자)
종자식물에서 꽃가루받이 후에 밑씨가발달한 것이 종자이다. 종자의 기능은 배(胚)를 어미식물과 다른 곳에 살포하여 종의 보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발아에 적당한 조건이 되더라도 발아하지 않는 종자가 있는데. 이러한 종자를 휴면상태에 있다고 한다. 휴면은 종자가 일제히 발아하는 것을 막는 좋은 장치이며, 야생식물에서 종자는 성숙함과 동시에 휴면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예상 열매이면서 종자로 취급되는 것으로는 국화과의 수과, 꿀풀과의 분리과, 벼과의 영과 등이 있다. 종자는 일반적으로 종자껍질, 배, 배젖으로 구성되어 있다. 겉씨식물은 열매를 만들지 않지만, 소철이나 은행나무와 같은 종자는 열매 모양을 하고 있다.
- <식물용어사전>, 나무와문화연구소
씨와 열매의 차이, 이해되셨기를 바랍니다.
■■ 현대과학자들 덕분에 찰스 다윈에게조차도 수수께끼로 남았던 사실을 오늘의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설명으로 무화과나무의 전모가 다 드러났을까요? 이제까지저는 무화과 꽃과 열매, 수분에 개입한 무화과나무말벌에 대한 설명만 했어요.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효능은 무엇인지, 국내 도감이나 사전에서는 어찌 소개하고 있는지 등등 기초적인 설명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