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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빅키 May 23. 2020

구라에 대한 우아한 고찰

구라는 거짓말, 허풍 등을 의미하는 속어이다.

구라의 어원은 정확하지 않다. 가라구라충(몸집을 부풀릴 수 있는 곤충 - 인도의 스님이 쓰신 저서에 나오는),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기는 하나 정확한 정보는 아니다.


구라를 검색하면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 ‘이야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거짓이나 가짜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물론 이 분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나는 악의가 없다면 구라는 매우 복잡미묘한 구조로 ‘심리학과 기획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적 언어’로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1, 구라를 치기 위해서는 ‘그럴싸한’ Data’가 필요하다.


가령 맥주는 ‘마시는 빵’과 같다는 구라를 설계할 때는 먼저 맥주의 주된 성분을 알아야 한다. 맥주는 보리와 맥아 홉 그리고 설탕과 물 등의 재료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생맥주 만드는 김구라님.

이 정보를 통해서 우리는 맥주의 성분이 대부분 탄수화물과(궁극적으로 체내에서 당으로 저장된다.) 떳떳한 ‘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정보를 알아야 한다. 탄수화물의 당+설탕의 당=비축!


2, Data의 연결 고리를 찾아야 한다.


맥주의 칼로리는 ‘마시는 빵’과 같다는 구라 설계의 아주 깊은 심층에는 ‘액체’라는 hidden card 있다. 빵은 고체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아무리 꼭꼭 씹어 먹어도 위에 쌓이는 내용물은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서 우리의 뱃속에서 더욱 큰 부피를 차지한다. 그러나 액체는 공백이 생기지 않아서 빵보다는 덜 포만감을 느낀다.

공갈빵은 예외인가..?

고로 빵보다 많이 먹게 된다는 사실은 모두가 몸으로 경험했다. 그런 액체가 빵만큼의 칼로리를 자랑한다는 사실은 듣는 청자로 하여금 꽤나 큰 이미지 연상을 가능케 한다.


3, 커뮤니케이션은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타짜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구라칠 때 절대 상대방의 눈을 보지 마.”


맞다! 우리는 아주 미세한 몸짓, 목소리의 떨림, 눈빛, 표정으로 미묘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구라를 어떻게든 잡아내는 도박판에서는 눈을 안 보는 게 답이지만, 일상에서 친구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구라에서는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신호를 통해서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표정과 눈빛, 문장 간의 간격 등을 고려하면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다.

복합 커뮤니케이션을 시전하는 김구라님.

적절한 긴장감 조성으로 대화의 텐션을 팽팽하게 만든다면 십중팔구 구라는 먹혀든다. (생각보다 종합 커뮤니케이션은 설득력이 높다.)


4, 기승전결, 즉 대화의 플로우를 미리 짜야한다.


‘맥주는 마시는 빵’이라는 구라를 치기 위해서는 먼저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만들거나, 다이어트로 관심이 가는 대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후에 아주 가볍게 “너, 그거 아니?”라고 hooking을 하면서 상대의 관심을 끌고 ‘결’로 대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결과가 “난 그래도 즐기겠어”, 인지 아니면 “그러니까 적당히 마셔야 한단다 친구야”인지를 사전에 결정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가 부족하면, 말을 하지를 말든가.

내 머리로 정리되지 않은 구라는 듣는 이로 하여금 허점이 많다.


5, 구라는 예술이다.


나는 예술을 ‘즐거움’으로 정의한다. 구라를 연습하면서 종종 “사실 구라야”라고 말하는 걸 까먹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이건 굉장히 위험하고 나쁜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장난성 구라’라도 상대방에게 “이건 장난이었다.”라고 꼭 말해줘야 한다. 생각보다 인간은 듣는 대로 믿는 경향이 강하다.

남 탓하지 말고, 장난은 즐겁고 유쾌하게!

악의적인 구라는 반대하지만 상대를 재미있게 해주기 위해서 하는 ‘예술성 구라’라면 꼭 본인이 장난이었다는 걸 얘기해줘야 한다.


끝으로!


구라를 통해서 심리, 기획력, 데이터 연결, 종합 커뮤니케이션의 묘미를 느끼는 재미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이런 글을 데이터 낭비라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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