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학교 교사 시절 썰
9년 전 대구 교회에서 섬겼던 고등부 교사시절 한 학생과 주고받았던 메일을 발견했다. 나는 꽤 인격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친구와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좀 당황했다.
당시로선 굉장히 정직하게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데 나는 다그치고 윽박지르기만 한 것이 이제서야 스스로 확인이 된다.
스스로 자신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메일인데 여기에 나는 그저 한 친구의 탈선으로 간주해 버리고 그 친구를 위로하는 척 엄청나게 내 고결함을 가다듬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비겁한 욕망이 메일 곳곳에서 보인다. 이게 왜 그 당시에는 안 보였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답장을 할까,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사과를 할까 싶다가 관뒀다. 오늘 산적한 업무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와서 연락한들 내 마음의 부담감 덜기 위한 자기 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 같아서다.
서툴고 어린 지난 날도 내 모습이겠거니 하며 끌어안고 가야겠지만 그 여정에서 주고 받은 상처들이 상대방에겐 어떻게 기억될까. 이미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잘 살아가고 있건만 지금 내가 이런 생각 가지는 것도 이상한 오지랖 내지는 자기의일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잘 하고 싶어 결국 그 누구에게도 잘 하지 못한 내 삶의 방식을 되돌아 보며 이젠 그럴 의지도 꺾였고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깨닫고 있다. 왜 이제서야 그걸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보다 마음 쏟아야 하는 대상들을 잘 가지치기하는 것이 지금 내 삶에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물론 아들이 강제로 그 대상이 되어 주고는 있지만
간만에 육아일기 말고 다른 글 써봤다. 근데 결론은 육아로 끝났네... 그래도 이젠 당시 나보다 더 나이들었을 그 친구를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땐 나도 너무 어렸다고. 서투르면서도 아닌척해서 너무 미안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