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옹이 May 17. 2018

누군가에게 무례했던 기억

교회학교 교사 시절 썰

9  대구 교회에서 섬겼던 고등부 교사시절  학생과 주고받았던 메일을 발견했다나는  인격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친구와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다시 읽어보고  당황했다. 

당시로선 굉장히 정직하게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한 것인데 나는 다그치고 윽박지르기만  것이 이제서야 스스로 확인이 된다.


스스로 자신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메일인데 여기에 나는 그저  친구의 탈선으로 간주해 버리고  친구를 위로하는  엄청나게  고결함을 가다듬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비겁한 욕망이 메일 곳곳에서 보인다이게   당시에는  보였을까 싶다.


지금이라도 답장을 할까,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사과를 할까 싶다가 관뒀다. 오늘 산적한 업무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지금 와서 연락한들 내 마음의 부담감 덜기 위한 자기 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거 같아서다.


서툴고 어린 지난 날도 내 모습이겠거니 하며 끌어안고 가야겠지만 그 여정에서 주고 받은 상처들이 상대방에겐 어떻게 기억될까. 이미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잘 살아가고 있건만 지금 내가 이런 생각 가지는 것도 이상한 오지랖 내지는 자기의일지도 모른다.


모두에게 잘 하고 싶어 결국 그 누구에게도 잘 하지 못한 내 삶의 방식을 되돌아 보며 이젠 그럴 의지도 꺾였고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너무 잘 깨닫고 있다. 왜 이제서야 그걸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보다 마음 쏟아야 하는 대상들을 잘 가지치기하는 것이 지금 내 삶에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 물론 아들이 강제로 그 대상이 되어 주고는 있지만


간만에 육아일기 말고 다른 글 써봤다. 근데 결론은 육아로 끝났네... 그래도 이젠 당시 나보다 더 나이들었을 그 친구를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땐 나도 너무 어렸다고. 서투르면서도 아닌척해서 너무 미안하다고.

작가의 이전글 남자라서 이해 못하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