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아내와대화하다가
어제 태어난 것 같은 아이가 어느새 만 2살이 되어 올 3월 부터는 어린이집을 다닌다.
다니는 교회와 연결된 곳이라 집도 가깝고, 선생님과 시설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문제는 적응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며 부모도 같이 태어난다 했던가.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며 학부모도 같이 태어난 것 같다.
각종 준비물 챙기는 건 부차적인 일이고,
의외로 '아이를 떼어내는 연습'이 아내와 아이에게 동시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어렵고, 그렇게 우는 아이를 보며
엄마도 마음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퇴근하고 저녁에 간혹 아이가 안쓰럽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줄곧 아이도 적응이 필요하니깐. 이라고 대답을 했다.
아내에겐 부족한 답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오빠는 애가 떨어지기 싫어 우는 걸 직접 못 봐서 그래."라는
핀잔을 듣긴 했다.
어느덧 어린이집에 다닌지 1개월이 지났고,
아이는 잘 적응해서 밥도 잘 먹고 잘 놀다 온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어린이집 전용 SNS(?)에 올리는 사진들을 봐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아울러 선생님의 고충도 함께 느낀다;;)
아내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동안
일종의 비상대기를 해야 하지만 아이의 적응시간과 비례하여
함께 어린이집에 보낸 주변 엄마들과 식사도 하고(아이와 떨어져서! 이 얼마만인가!) 커피도 한잔씩 한다.
최근에는 날씨도 좋아져서 성북천변을 거닐며 산책도 한번씩 한다.
그러다 어젯 밤에 아내가
육아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가 유독 힘들게 한 날이긴 했다.)
나 : 아이가 크면서 편해지고 좋아지는 점도 있는데 너무 육아를 부정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냐?
아내 : 오빠, 내가 예전에는 오늘은 넘 힘들어서 꼭 칼퇴해서 애 봐달라 한 적 있어? 없잖아.
나 : 그 때는 회사랑 집이 아예 멀어서 그런 거잖아. (지금은 회사 15분 거리로 이사왔다.)
말 해놓고 아차 싶었지만 사실 아내의 푸념과 부정적인 메시지를 그동안 한 번도 거절없이 받았었던 것이라
나는 그런 메시지가 힘들다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기도 했다. 아내는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