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천에 가서 산책삼아 좀 걸었다.
등장인물 : 나, 소원(아내), 진오(첫째, 3살), 진유(둘째, 아직 100일 안됨)
아이 둘을 모두 재우고 정릉천에 가서 산책 삼아 좀 걸었다. 지난 밤 진유가 밤새 울어서 밤을 사실상 쫄딱 새는 바람에 오늘 교회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자는 것도 아닌 안 자는 것도 아닌 상태로 보냈다. 그냥 이대로 하루를 마감하기 억울해 밖에 가서 가을바람 좀 쐬고 왔다.
진유가 태어난지 이제 100일이 되어 가는데 정말 우리 삶의 변화는 엄청나다. 사실 결혼-출산-둘재출산 그 어느 것 하나도 작은 변화는 아니지만... 아이 둘을 키우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삶의 에너지와 감정적인 헌신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두 아이 이상 키운 모든 부모님들.. 존경합니다. 리스펙.)
지난 여름은 이런 변화로 인한 일과 가정 사이의 밸런스 조절 실패로 찾아온 어려움이 매우 컸다면 가을은 나름 밸런스 조절은 된듯 싶었으나 새롭게 찾아오는 뜻밖의 상황들 -진오가 다친다던지-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린 채로 멱살 잡혀 끌려가듯 지나간 것 같다.
이런 상황이 적응이 되었다면 사실 거짓말이지만 앞으로 적어도 둘째의 두돌까지는 게속해서 좌충우돌한 상태로 나는 누군가 여긴 또 어디인가 하면서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휴직에서 복귀한 붕붕어 과장님은 둘째 두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신다고 한다 ㅋㅋㅋㅋ
아무튼 이런 시기 속에서도 나를 잘 지키고 정신을 가다듬고 지내고 싶은데 그것 조차 일종의 사치인 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말 그대로 존재를 '갈어 넣어' 이 시기를 버티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면 같이 부대끼면서 살아남는(?) 전우애가 앞으로 우리 부부를 지켜주는 큰 한축의 힘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한다. ㅋㅋㅋ
일상에 떠오르는 생각을 차분하게 글로 풀어내는 게 소소한 낙이었는데 밤에 산책 한번 하고서야 이렇게 나마 글을 쓴다. 내일부터 다시 달려야 하는데 잠들면 출근해야 하니 잠 자체가 들기 싫은 그런 일요일 밤이다.
급결론 : 사랑한다 소원(지금 신서유기 보는 중)